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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점령했던 부대"...신형 탱크 몰고 나타난 김정은 노림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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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조선인민군 땅크(탱크)병대연합부대간 대항훈련경기를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조선인민군 땅크(탱크)병대연합부대간 대항훈련경기를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자유의 방패(FS)’ 한·미 연합연습이 14일 오후 종료되는 가운데 지난해와는 다른 북한의 대응이 눈길을 끈다. 연쇄적 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부대 현지 지도를 하는 식이다. 도발의 적기를 노리며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①정체 불분명 '신형 탱크' 타고 등장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13일 인민군 땅크(Tank·전차)병대 연합부대 간의 대항 훈련 경기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전차부대 방문은 지난 6~7일 김정은의 서해 전방부대 현지 지도와 더불어 한·미 연합연습에 맞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6일엔 서부지구 중요 작전훈련 기지를, 7일엔 황해남도 남포 일대 인민군 대연합부대들의 포 사격 훈련을 지도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이 전차부대에서 신형 전차를 직접 몰고 가는 사진도 공개했다. 김정은은 “지금까지 인민군대 훈련을 많이 지도했지만 오늘 땅크병들의 준비 정도가 제일 만족스럽다”며 “신형 주력 땅크가 매우 우수한 타격력과 기동력을 훌륭히 보여준 것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날 부대 간 대결에서 승리한 서울류경수 제105전차사단은 “과거 서울을 점령했던 부대”라는 점도 강조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직접 겨냥한 대남 위협용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현지 지도에는 박정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이영길 인민군 총참모장, 인민군 탱크국장 등도 배석했다.

다만 김정은이 “대만족”했다고 밝힌 북한의 신형 전차의 성능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외관상 북한이 기존 열병식에서 공개했던 전차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면서도 “전차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능동방어장치나 상판 장갑을 보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 국장은 “북한이 대전차 화기를 발사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은 실전성을 강조한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에 드러난 신형 전차는 7대 안팎으로 중대급보다 적은 규모로 추정됐다.

한·미 연합연습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무력 과시인 셈인데, 양상은 이전과 다소 다르다. 북한은 지난해 연합연습 기간(3월 13일~23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했고, 수중 핵무기 체계인 ‘해일’도 시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난 4일부터 진행된 올해 FS 기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저촉되는 탄도미사일 도발 등은 없었다. 김정은의 현지 지도 외에는 국방성 대변인 담화 발표와 북방한계선(NLL) 인근 상공에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신호를 쏜 정도인데, GPS 교란 역시 한·미 군사 작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②수상한 러 화물기 평양에

지난 11일 러시아의 일류신 화물기의 항적. 중국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을 출발해 1시간 30분 만에 북한의 평양에 방문한 것으로 나온다. 플라이트레이더24 캡처

지난 11일 러시아의 일류신 화물기의 항적. 중국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을 출발해 1시간 30분 만에 북한의 평양에 방문한 것으로 나온다. 플라이트레이더24 캡처

북한은 이처럼 올해 전반기 한·미 연합연습에는 경고성 ‘의무 방어’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물밑에선 내부 경제·안보에 도움이 되는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로 실속을 챙기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152㎜ 또는 122㎜ 포탄을 대량으로 건네고, 반대 급부로 식량·소재·부품 등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러시아의 일류신 IL-78TD 화물기인 RA-76842호가 최근 북한에 방문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간 항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드러난 비행 경로에 따르면 RA-76842호는 지난 11일 오후 5시 30분쯤 중국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을 출발해 1시간 30여분 만에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들른 것으로 나온다.

IL-78TD를 소유한 JSC 아비아콘 지토트랜스는 러시아의 군수 물자 수출 전문 민간 항공사로, 핵 물질 취급 인가를 받은 곳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도운 혐의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북·러가 일류신 화물기를 이용해 중요 무기를 거래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에 앞서 민간 위성 플래닛랩스의 위성 이미지에 푸른 컨테이너를 실은 러시아 선박이 북한의 나선경제특구의 나진항 부두에 정박한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러 간 군사 협력은 해상·공중으로 활발하게 이뤄지는 모양새다.

내부적으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절약 투쟁’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란 분석이다. 김정은은 13일 탱크부대 방문에서 “탱크병들을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시킬 수 있는 사상교양사업”을 강조하며 사상 통제 의도도 숨기지 않았다. 양욱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김정은이 현지 지도에서 부대끼리의 대결식 훈련을 계속하는 것도 대규모 동원보다 경제적이기 때문”이라면서 “북한의 경제난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③3월 말 '한 방' 노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조선인민군 땅크(탱크)병대연합부대간 대항훈련경기를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조선인민군 땅크(탱크)병대연합부대간 대항훈련경기를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행동 양태 변화에는 북한의 도발에 원칙적·비례적으로 대응한다는 윤석열 정부가 기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군이 내부적으로 북한의 도발에 2~3배로 응징하는 '충분성의 원칙'이 반영된 교전규칙을 준용하고 있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군 내부에선 조용할수록 더 긴장하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북한이 ’더 큰 한 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숨고르기 중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총선을 앞둔 이달 말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한·미가 첫 핵작전 시나리오 연습에 나서는 8월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연습을 겨냥해 고강도 도발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을 비롯한 자체 일정에 따라 핵심 무기체계 개발에 주력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미의 군사연습에 대응하면서도 국내외 각종 현안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로 수위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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