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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위기에 기피시설 유치도 OK...'양수발전 메카' 경북

중앙일보

입력

신규 양수발전소가 조성될 경북 봉화군 소천면 두음리와 남회룡리 일원 댐 건설 조감도. 사진 경북도

신규 양수발전소가 조성될 경북 봉화군 소천면 두음리와 남회룡리 일원 댐 건설 조감도. 사진 경북도

국내에서 원자력발전소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경북이 ‘양수발전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환경파괴와 주민이주 문제 탓에 기피시설로 꼽히는 양수발전소가 지방소멸 위기를 맞은 경북 지역민에겐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4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경북 영양군과 봉화군 부지에 각각 1000㎿, 500㎿ 용량의 양수발전소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착공 시기는 올해 산자부가 결정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5~2038년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2곳에 영양·봉화 양수발전소 추가

이들 발전소는 총 사업비 3조원 정도를 투입해 2038년까지 건설된다. 영양군은 일월면 용화리 일원에 전국 최대 용량인 1000㎿로 지으며, 사업비는 2조원 정도다. 또 봉화군 소천면 두음리와 남회룡리 일원에는 500㎿ 용량인 발전소를 1조원을 들여 만든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해 11월 13일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영양군과 봉화군에 대한 양수발전소 유치를 건의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해 11월 13일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영양군과 봉화군에 대한 양수발전소 유치를 건의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양수발전은 발전소의 위와 아래 양 쪽에 저수지를 만들어 발전과 양수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여름처럼 물이 많을 때나 야간에 풍부하게 남는 전력으로 펌프를 가동해 아래쪽 저수지 물을 위쪽 저수지로 퍼 올리고, 물이 부족해지는 시기나 주간처럼 전력이 많이 필요할 때 이 물로 발전한다.

양수발전은 저탄소 시대 새로운 대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발전은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반면 양수발전은 친환경적이다.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다른 발전 방식보다 적다.

기피 시설…경북 앞장서 유치

하지만 양수발전을 하려면 반드시 물이 내려가는 급경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산림 등 자연을 파괴하고 해당 지역 주민을 이주시켜야 하는 등 문제점이 있다. 이 때문에 양수발전소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시설로 꼽힌다. 이때문에 2011년 경북 예천에 만든 이후 추가 시설이 없었다.

경북이 양수발전소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게 된 것은 지방소멸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울릉군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영양군은 군민 1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범군민 총결의대회를 열 정도로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영양군은 지난 1월 인구 1만6000명이 무너지고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 10월 12일 경북 영양군 영양공설운동장에서 군민 1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영양 양수발전소 유치염원 범군민 총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영양군

지난해 10월 12일 경북 영양군 영양공설운동장에서 군민 1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영양 양수발전소 유치염원 범군민 총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영양군

영양군과 봉화군이 양수발전소 유치에 성공하면서 경북 북부권은 이미 가동하고 있는 예천군(800㎿)과 청송군(600㎿) 양수발전소를 합쳐 총 2900㎿의 용량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원전 2기에 해당하는 용량으로, 국내 양수발전의 30% 수준이다.

정부지원금·세수확대·경제유발효과 기대

두 지역은 양수발전소 유치로 지역경제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사 기간만 10년 이상 걸리는 양수발전소 건립사업 자체부터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고 준공 후에도 정부지원금과 세수 증대가 예상되며 관광 명소로도 개발이 가능해서다.

영양군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대한 법률’에 따라 정부로부터 특별지원금 240억원을 포함해 60년간 총 936억원을 지원받는 것은 물론 직·간접적으로 생산·소득·부가가치 유발효과가 2조원 이상 발생하고 800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날 것으로 분석했다.

신규 양수발전소가 조성될 경북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의 댐 건설 상하부 위치도. 사진 경북도

신규 양수발전소가 조성될 경북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의 댐 건설 상하부 위치도. 사진 경북도

봉화군은 특별지원금 120억원을 포함해 60년간 총 469억원이 지원되며 직·간접적으로 생산·소득 유발효과가 1조원 이상 발생하고 4000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경북도는 전력공급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워 기업 유치에 활용할 방침이다. 또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와 농업용수·식수 부족, 홍수 피해, 산불진화 용수 확보 등 여러 문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양수발전소 주변 지역과 연계한 복합관광지 개발과 연관 산업 육성 등 에너지 분권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사회에 새 희망을 주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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