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겹살·금사과…그런데 엥겔지수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먹거리 불평등 심화

주부 김모(55)씨는 지난 12일 대형마트에서 값싼 미국산 냉장 삼겹살을 사다 먹었다. 최근 먹거리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서다. 김씨는 “과일도 비싸지다 보니 못난이 사과를 주문하거나 바나나 등 다른 과일을 찾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배 등 과일뿐만 아니라 삼겹살·가공식품 가격까지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사과(10㎏) 도매가는 9만1500원으로, 1년 전(4만964원)보다 123.4% 급등했다. 도매가는 올해 1월 17일 9만740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9만원을 돌파했고, 같은 달 29일 9만4520원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정부는 납품단가와 할인 지원, 바나나와 같은 대체 과일 수입 등을 통해 소비자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사과(10개) 소매가는 이날 기준 3만105원으로, 1년 전(2만3068원)보다 30.5% 올랐다. 배(10개) 소매가도 전년 대비 51% 오른 4만3090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햇사과·햇배가 나오는 오는 7~8월 전까지 가격 하락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재배면적 감소와 이상 기후로 냉해 피해가 커지면서 공급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인 삼겹살 가격도 오르고 있다. 축산물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삼겹살(100g) 소매가는 2299원으로, 평년 가격(2059원)과 비교해 11.7% 상승했다. 식당에서 사 먹는 삼겹살 가격도 1인분 2만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가공식품 물가마저 오름세다. 시리얼(100g·10.7%), 어묵(100g·9.6%), 고추장(100g·8.8%), 소시지(100g·4.1%) 등이 전월 대비 올랐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이날 19개 주요 식품기업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를 통해 “식품업계에서는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탄력적으로 가격에 반영하여 물가안정에 협조해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저소득층이 신선식품 대신 가공식품을 소비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13일 통계청 가계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 구매에 월평균 25만9000원을 썼다. 전체 소비지출(127만1000원)에서 식료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엥겔지수는 20.3을 기록, 전년(21.4)보다 감소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통상 엥겔지수가 낮을수록 필수 품목인 식비를 제외한 다른 곳에 지출이 많다는 의미로, 가계에 여유가 생겼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저소득층의 엥겔지수가 하락한 건, 소득은 제자리인데 신선 식품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상대적으로 값싼 가공식품 등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1분위의 육류와 신선수산, 유제품·알 지출이 일제히 감소했다. 특히 생선류·조개류 등 신선수산 지출은 1년 전보다 6.5% 줄었다. 반면 육류 가공품, 기타수산 가공품에 대한 지출은 각각 8.9%, 8.7%씩 늘었다. 예컨대 카레에 고기 대신 햄을 넣는 식으로 신선식품 소비는 줄이고, 가공식품 지출을 늘렸다는 의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