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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ELS 배상안, 보상 더 받으려면 금융사에 자료 요구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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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의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따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신청하지 않아도 대표 조정 사례는 자동 배상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배상 비율을 올리거나 애매한 사실관계를 인정받으려면, 미리 관련 자료를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

12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달 ELS 배상을 위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열릴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이 판매사 현장 검사를 통해 모든 은행과 일부 증권사에서 본사 차원의 불완전 판매 행위가 있었다고 밝힌 만큼, 이를 바탕으로 대표적 배상 사례에 대한 조정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분조위에서 합의된 대표 사례에 대한 배상은 따로 민원을 넣지 않아도 받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표 사례 조정 결정은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는지와 관계없이 소비자에게 자동 통보된다”면서 “소비자는 제시된 배상 비율을 받을 것이지 말 것인지 결정만 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문제는 배상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애매한 사례인 경우다. 금감원이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안은 다양한 사례에 따라 배상 비율을 차감하거나 가감하는 방식으로 나눠놨다. 이 때문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인정받지 못한다면, 배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거래한 금융사에 ELS 가입 당시 서류나 녹취 등 증거 자료를 요청해 받아두는 것이 유리하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이후로 관련 서류나 녹취를 소비자가 요구하면 바로 내어주게 돼 있다”고 했다. 만약 금소법 시행 이전에 ELS에 가입해, 자료 확보가 어렵다고 한다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단 민원을 제기하면, 금감원이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가게 된다.

금감원이 밝힌 배상 비율의 가·감 사유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금감원은 예·적금 가입 목적으로 방문했다가, ELS를 권유받아 가입했다면 배상 비율을 10%포인트 가산해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예·적금 목적의 방문이 맞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예컨대 ELS 가입 당시 기재하는 투자 성향 분석 문건 등에 예·적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적었다면, 이러한 방문 목적을 인정받기 훨씬 유리하다. 만약 문서로 남기지 않았다고 해도 해당 금융사가 고객의 예·적금 방문 목적을 확인하면 인정할 수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실제 검사 단계에서 은행 직원들이 고객의 예·적금 방문을 스스로 인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이런 경우는 배상 비율 가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편, ELS 배상안이 천문학적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은행들의 수익과 주주환원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홍콩H지수 ELS 손실액 추정 금액(은행 4조8000억원 예상)을 배상비율 30%만을 가정해 볼 경우, KB금융이 약 7000~8000억원, 신한·하나가 약 1000~2000억원 규모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런 비용은 영업외비용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당장 은행 경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이것이 장기적으로 은행 경영이나 주주들의 이익을 크게 훼손하진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크게 보면 일회성 요인인 만큼 은행주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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