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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없인 절대 못한다"... '크라임씬 리턴즈' 명품세트 만든 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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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크라임씬 리턴즈'의 윤진희 미술총괄(오른쪽)과 이윤주 미술감독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티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티빙 오리지널 '크라임씬 리턴즈'의 윤진희 미술총괄(오른쪽)과 이윤주 미술감독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티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14년 JTBC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크라임씬’은 시즌3 방영 이후 7년 만에 티빙 오리지널 ‘크라임씬 리턴즈’(이하 '리턴즈')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티빙의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에 등극했고, 이전 시즌까지 역주행 바람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다. 커뮤니티에선 실제 같은 사체, 비행기를 옮겨 놓은 웅장한 크기의 세트장, 깜짝 놀라게 한 비밀의 방 등 호평이 이어졌다.

‘리턴즈’의 모든 시각적 요소는 윤진희 미술총괄(JTBC 예능스튜디오 SAY 방송미술국장)의 손을 거쳤다. 윤 총괄은 1999년에 방송 미술계에 들어와 올해로 25년 차인 세트 전문가다. 이윤주 미술감독(SAY 방송미술팀)은 윤 총괄의 든든한 조력자다. 10여년 간 호흡을 맞춰, 어떤 프로그램이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는 콤비다. ‘슈가맨’, ‘효리네 민박’, ‘마녀사냥’, ‘싱어게인’ 등을 함께했다.

'크라임씬'은 롤플레잉과 추리게임을 결합한 예능이다. 세트장 안에 범죄현장이 설치된다. 사진 티빙 유튜브

'크라임씬'은 롤플레잉과 추리게임을 결합한 예능이다. 세트장 안에 범죄현장이 설치된다. 사진 티빙 유튜브

“장진 감독 놀랄 땐 희열” 

‘리턴즈’는 세트가 배경 역할을 하는 일반적인 예능과는 다르다. 세트장 전체가 추리의 단서가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범행 시각, 용의자 동선, 범행 도구 등이 세트장 안에 들어있다. 이에 윤 총괄과 이 감독은 “디테일이 생명”이란 마음으로 접근했다. 촬영 반년 전부터 소품을 구하러 다녔고, 촬영을 며칠 앞두고 소품이나 단서를 바꾸기도 했다.

온종일 '리턴즈' 연구를 했다는 윤 총괄은 "연출인 윤현준 PD(스튜디오슬램 대표)의 역할이 컸다. 원래도 세심하게 작업하는 스타일인데, ‘리턴즈’를 할 땐 단서가 되는 소품의 높이까지 신경 쓸 정도로 디테일을 챙겼다"고 전했다. 윤 총괄과 윤 PD는 20년 넘게 같이 일하고 있다.

'크라임씬 리턴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 배경이 되는 비행기 및 공항 세트. 사진 티빙

'크라임씬 리턴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 배경이 되는 비행기 및 공항 세트. 사진 티빙

윤 총괄과 이 감독이 꼽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첫 번째 사건인 ‘공항 살인사건’이다. 이를 위해 화장실 문 등 비행기 기체 일부를 뜯어왔고 항공 서적, 기내 잡지까지 제작했다. 비행기 머리와 꼬리는 모델링으로 본을 떠 이어 붙였다. 핵심 단서가 들어 있는 오물통 안 내용물까지 직접 만들었다.

이 감독은 “고구마 등으로 가짜 피가 섞인 오물을 만들고 보니 나조차도 만지기 싫었다. 사전에 스태프 리허설을 하는데 그때도 ‘과연 출연진이 손을 넣어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비밀의 문이 숨겨진 '교주 살인사건 편' 에피소드. 사진 티빙 유튜브

비밀의 문이 숨겨진 '교주 살인사건 편' 에피소드. 사진 티빙 유튜브

현장 반응이 가장 좋았던 에피소드는 시대물인 ‘교주 살인사건’ 편이라고 했다. 돌계단 아래 숨겨진 방문이 열렸을 땐 고정 출연진 중 한 명인 장진 감독의 탄성이 터졌다. 윤 총괄은 “제작소를 찾아가 감쪽같이 만들어졌는지 반복 체크했던 부분이라 현장에서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 감독은 “장진 감독이 찾아낼 줄 알았다. 미술에 조예도 깊고, 제작도 하고, 세트 요소도 잘 알기에 단서를 찾을 거라 믿었다. 돌계단 문이 열리고 장진 감독이 놀랐을 때 희열을 느꼈다. 의도대로 깜짝 놀라게 했다는 성취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강행군, 그럼에도 후속 시즌 기대”

'크라임씬 리턴즈' 포스터. 사진 티빙

'크라임씬 리턴즈' 포스터. 사진 티빙

‘리턴즈’는 지난 1일 에피소드 다섯 개 공개로 마무리됐다. 미술팀은 세트를 설치하고 철거하느라 5일의 촬영 기간 동안 밤낮을 꼬박 새웠다. 소품, 의상, 특수분장 등 수백명의 스태프들이 움직였다. 녹화가 끝났다고 미술팀 업무가 끝난 건 아니다. 세트 요소가 카메라에 어떻게 담겼는지 자체 분석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 기간을 포함해 1년 가까운 시간을 ‘리턴즈’에 쏟았다는 이 감독은 “모든 걸 갈아 넣었다”고 그간의 작업을 요약했다.

경찰 역의 키가 사건 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티빙

경찰 역의 키가 사건 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티빙

이전 시즌부터 함께한 윤 총괄은 "대본을 토대로 동선을 체크하고 단서 배치를 종합해 공간을 설계한다. 시대물의 경우 가대본을 토대로 소품을 미리 준비한다"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오면서 예산이 4~5배 늘었다고 하지만, 제작 입장에선 늘 돈이 모자란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티빙 오리지널 '크라임씬 리턴즈'의 윤진희 미술총괄(왼쪽)과 이윤주 미술감독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티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티빙 오리지널 '크라임씬 리턴즈'의 윤진희 미술총괄(왼쪽)과 이윤주 미술감독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티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시청자들의 호평은 윤 총괄과 이 감독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됐다. 이 감독은 “JTBC 입사 전부터 ‘크라임씬’ 팬이었다. ‘리턴즈’를 하면서 느낀 건 애정 없이는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란 거다. 굉장히 힘들다”면서도 “성취감이 분명했고 그 안에서 희열을 맛봤다. 방영 후에도 반응이 좋아 나 또한 후속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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