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이방카 자리, 며느리가 꿰찼다…트럼프만큼 거친 그의 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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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구도가 '바이든 대 트럼프'로 확정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41)의 정치적 영향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 방송국 프로듀서 출신으로 입심이 강한 라라는 전면에서 트럼프의 주장에 힘을 싣는 '독한 입'을 자처하고 나섰다. 게다가 최근 미 공화당의 선거자금 모금·집행을 총괄하는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직을 맡으면서 권한도 막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라라는 1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서도 '2020년 대선 사기 사건'과 관련한 트럼프의 혐의를 적극 방어했다. 그는 "RNC는 유권자 보호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절대 2020년과 같은 일(트럼프의 패배)이 벌어져 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당시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자신의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등 결과 뒤집기를 모의한 혐의로 기소된 것과 관련해서였다. 맥락상 부정 선거 의혹이 짙었던 만큼 트럼프에겐 죄가 없다는 논리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 라라 트럼프는 지난 8일 공화당 선거 자금을 관리하는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직에 올랐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 라라 트럼프는 지난 8일 공화당 선거 자금을 관리하는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직에 올랐다. AP=연합뉴스

이와 관련, 트럼프를 사실상 대선 후보로 확정한 공화당은 현재 새로운 선거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박빙의 차이(1만2000표)로 승리를 거둔 조지아주(州)에선 부재자 투표의 신원 확인을 강화하고 이동식 투표함 사용을 제한하는 등 투표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법안을 이미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에선 "민주당 지지층이자 상대적으로 투표권이 취약한 흑인의 투표를 막기 위한 입법"이란 반발이 나왔다. 이는 부재자 투표 등에 제약이 따르면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의 폭력 행위 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투표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10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흑인 민권운동의 성지로 통하는 앨라배마주 셀마를 찾아 "(흑인의) 투표권이 공격받고 있다"며 "투표 접근을 제한하는 주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갈런드 장관은 2021년 취임 직후부터 조지아주 등에서 공화당이 주도하는 투표권 제한법이 연이어 통과되자 소송을 제기하며 제동을 걸어왔다.

라라는 갈란드 장관의 이같은 발언을 지적하며 "이는 엄청난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재 선거 사기를 막기 위해 23개 주에서 78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누구라도 선거에서 부정 행위를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끝까지 뒤쫓아 처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실한 입이 필요한 트럼프 

라라가 이처럼 '독한 입'을 자처한 배경과 관련해선, "트럼프에겐 충성심으로 뭉친 대변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란 풀이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였던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아버지와 '거리 두기'를 택하고 이번 경선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그 자리를 꿰찼다는 것이다.

과거 CBS 시사 프로그램 '인사이드 에디션' 등을 제작했던 라라는 10년 전 트럼프의 차남 에릭 트럼프와 결혼해 슬하에 두 자녀를 뒀다. 그는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고문으로 일했고, 2021년엔 자신의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 출마를 검토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남 에릭과 그의 아내 라라 트럼프.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남 에릭과 그의 아내 라라 트럼프. AP=연합뉴스

공화당 '돈줄'을 쥔 라라는 최근 "공화당 정치자금이 시아버지 트럼프의 소송 비용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정당의 공식 자금을 개인 송사에 쓰는 것은 공화당의 전통을 부정하는 행위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21일 유세에서 관련 질의에 "그건 공화당원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등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라라의 적극적인 대선 참여처럼 트럼프의 '가족 정치' 경향이 한층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측근의 변심을 경험한 만큼 가족에게 더 기댈 것이란 해석에서다. 펜스는 2020년 대선 뒤집기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의 지시를 거부하고 지나치게 정직하게 법정 증언을 해서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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