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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총선 좌파 집권당 참패...급부상한 극우가 '킹메이커'

중앙일보

입력

10일(현지시간) 치러진 포르투갈 총선에서 좌파 집권당이 참패하고 중도우파 정당이 제1당을 차지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몸집을 불린 극우 정당이 차기 정권의 '킹메이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치러진 포르투갈 총선에서 약진한 극우정당 체가의 안드레 벤투라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치러진 포르투갈 총선에서 약진한 극우정당 체가의 안드레 벤투라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선거 개표가 99%가량 진행된 현재 중도우파인 민주동맹(AD)이 좌파 집권당 사회당(PS)을 누르고 제1당을 차지했다. 지난 2022년 선거에서 41%를 득표했던 PS는 28.7%를 얻는 데 그쳤다.

제1당이 된 AD의 득표율이 29.5%에 그쳤다. 전체 의석 230석 중 각 정당의 정확한 의석수는, 해외 투표자 개표가 마무리되는 약 2주 후 아직 정해지지 않은 4석이 결정돼야 알 수 있다.

포르투갈은 안토니우 코스타 전 총리가 부패 혐의로 지난해 11월 사임하며 조기 총선이 치러졌다.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집권한 코스타 전 총리는 포르투갈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리튬 탐사권과 수소 프로젝트와 관련한 대형 부패 의혹에 휘말려 불명예 퇴진했다. PS의 패배엔 부패 스캔들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부패 혐의로 사임한 안토니우 코스타 전 총리. EPA=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부패 혐의로 사임한 안토니우 코스타 전 총리. EPA=연합뉴스

외신들은  극우정당 셰가(Chega)의 부상에 주목하고 있다. 2022년 선거에서 7.2% 득표율로 12석을 가져갔던 셰가는 이번 선거에서 18.1%의 득표를 얻어 최소 48석의 의석을 차지하게 됐다. 제1당이 된 AD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탓에 연립정부를 꾸려야 해 셰가가 '킹메이커'가 될 가능성이 크다. BBC는 "분명한 것은 셰가가 포르투갈 정치의 제3세력으로서 입지를 굳혔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스포츠 캐스터 출신 안드레 벤투라 대표가 지난 2019년 창당한 셰가는 "과도한 이민을 해결하겠다"는 구호로 유권자를 공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셰가'는 '그만해(Enough)'라는 뜻으로 기성 정당을 겨냥한 말"이라며 "벤투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프랑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층을 끌어온 점도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셰가의 약진에 따라 유럽에서 가장 포용적으로 알려진 포르투갈의 이민·난민 정책도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셰가 지지자들은 포르투갈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민자들로 넘쳐나고 있다"(WP)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사회당 정부는 '포르투갈은 유럽의 마지막 열린 문'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포용 정책을 펼쳐왔지만, 이민자가 인구의 10% 수준인 100만여 명까지 늘어나며 사회적 갈등도 커졌다.

포르투갈 극우정당 체가의 지지자들이 선거가 끝난 후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포르투갈 극우정당 체가의 지지자들이 선거가 끝난 후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선거 투표율은 66.2%로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지난 2022년(51.5%)에 비해서는 14.7%포인트 올랐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심각한 주택난과 인플레이션, 저임금 등에 대한 불만으로 많은 유권자가 투표소로 달려갔다"고 설명했다.

향후 유럽에서 극우 정치 세력이 더욱 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유럽연합(EU)의 환경정책 등에 반발하는 농민의 분노를 디딤돌 삼아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이 세를 불리고 있다. 오는 9월 총선이 치러지는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정당인 자유당이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이탈리아, 핀란드, 그리스, 네덜란드 등에서도 극우 정당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포르투갈 선거에서 AD와 셰가를 포함, 중도우파·극우 정당들은 총 52%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했다"며 "유럽 곳곳에서 극우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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