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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조원, 엄청난 피해 생긴다"…트럼프가 두려운 기상학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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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 AFP=연합뉴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 AFP=연합뉴스

모든 선거가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는 특히 미국에 극명하게 다른 두 가지 길을 제시할 것입니다.

미 스미스 대학의 환경과학자인 알렉산더 배런은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이번 미국 대선이 기후 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대응 노선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11월에 열리는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탄소 배출량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미 대선 결과에 따른 탄소 배출량 변화. 위쪽부터 트럼프·바이든이 당선할 경우, 노란 선은 목표 감축량. 카본브리프 제공

미 대선 결과에 따른 탄소 배출량 변화. 위쪽부터 트럼프·바이든이 당선할 경우, 노란 선은 목표 감축량. 카본브리프 제공

영국의 기후연구단체인 '카본브리프'(Carbon Brief)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의 탄소 배출량이 바이든 현 대통령의 계획보다 2030년까지 40억t(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40억t은 유럽연합과 일본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것과 같고, 탄소 배출량이 가장 낮은 전 세계 140개 국가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것과 맞먹는 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추가로 배출되는 탄소가 지난 5년간 전 세계에 풍력, 태양광 및 기타 청정 기술을 도입해 절감한 모든 비용을 두 배 이상 무효로 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미국 환경보호청의 탄소 사회적 비용 추정치에 따르면, 이런 추가 배출은 9000억 달러(1188조 원) 이상의 글로벌 기후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카본브리프는 바이든 정부의 기후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획을 토대로 미 연구팀의 모델링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트럼프, 파리협약 탈퇴·화석연료 산업 부활 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탄소배출국인 미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는 게 목표다. 바이든의 경우, 현재 정책대로라면 미국은 2030년까지 목표에 근접한 43%까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은 2030년까지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8% 수준으로 낮추는 데 그칠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하면 우선 파리 기후 협약에서 두 번째로 탈퇴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트럼프는 재임 중에 파리 협약에서 공식 탈퇴했으며, 이후 바이든이 취임 직후인 2021년에 다시 가입했다. 트럼프는 또 바이든 정부의 핵심 기후 대응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를 공약했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 온 탄소 감축 정책이 모멘텀을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 가스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의 한 가스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에너지 정책에도 대전환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 발밑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에너지, 석유, 가스 등이 있다”고 밝히는 등 화석연료 산업의 부활을 예고했다.

“경제적 이익 발생하면 정치적 계산 달라져”

트럼프의 반 기후 노선이 불러올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IRA를 폐지하려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는 공화당이 미국 하원과 상원을 장악해야만 가능하다. 더군다나 산업계 전반에 청정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시작된 상황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사만다 그로스 에너지 안보 및 기후 이니셔티브 책임자는 “일단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정치적 계산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미 대선뿐 아니라 올해 치러지는 선거의 결과는 앞으로 기후 대응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주요 5개 국가(미국·인도·인도네시아·러시아·유럽연합)에서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네이처는 “이번 선거에서 불어오는 정치적 바람이 인류가 현재의 위험한 온난화 궤도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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