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목동, 60대 서초…20대 어디서 지갑 열었나, 눈에 띈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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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의 모습. 한 건물엔 1층 사격장, 2층 방탈출 카페, 3층 보드게임 카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최선을 기자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의 모습. 한 건물엔 1층 사격장, 2층 방탈출 카페, 3층 보드게임 카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최선을 기자

#1.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홍대입구역. 9번 출구로 나가자 먹을거리와 놀거리, 살거리가 가득한 골목이 펼쳐졌다. ‘홍대앞’으로 통칭되는 이곳엔 1층 사격장, 2층 방탈출 카페, 3층 보드게임 카페 식의 건물 전체가 ‘놀이터’인 건물들이 많다. 골목 곳곳의 옷·소품 가게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이모(25)씨는 “아이돌을 좋아하면 생일카페, ‘남사친’과는 사격장, 한두 시간 때울 때는 보드게임 카페 등 상황에 맞게 갈 곳이 있다”며 “종일 놀 수 있어 날 잡고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 갖춘’ 매력은 20대들이 홍대를 찾는 이유다.

#2.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터미널 앞 ‘삼호가든 사거리’는 학원들이 빼곡해 강남구 대치동 못지않은 사교육 중심지로 꼽힌다. 서초동에 사는 주부 김모(40)씨는 “삼호가든 사거리 근처에 교과 학원뿐 아니라 미술·체육 등 거의 모든 종류의 학원이 있다”며 “6살인 아들이 좀 더 자라면 삼호가든 사거리 학원에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근처의 한 부동산중개업체 사장은 “반포~교대 주변 학원가가 몇 년 전부터 커지고 있다”며 “주로 초·중등 자녀를 둔 40~50대가 이 동네 학원 문을 두드린다”고 설명했다.

서울 목동의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서울 목동의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특정 상권에 특정 연령대 몰린다 

서울 25개 구에는 다양한 상권이 존재한다. 성수동 팝업스토어, 용리단길(용산구 삼각지)의 트렌디한 맛집 등 지역별 특색을 앞세워 소비자를 유혹한다. 명동처럼 전 세대가 골고루 찾는 상권도 있지만 홍대앞이나 고속터미널처럼 특정 연령대가 단골로 찾는 곳도 있다. 각 세대별로 특정 상권에서 지갑을 여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중앙일보가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핀다 오픈업’에 의뢰해 서울 내 대표 상권 20곳 중 연령대별로 유독 많이 찾는 지역과 업종을 분석했다. 지난해 20대 상권에서 발생한 6억8650만 건의 결제를 결제자 연령별로 전수 조사한 결과다.

조사 대상 상권 중 20대의 매출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홍대앞(46.7%)이었다. 반면, 60대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30대는 마곡·발산(강서구)에서, 40~50대는 목동(양천구)에서 60대는 서초·교대(서초구)에서 매출 비율이 높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20개 상권 중 16곳에서 30대가 가장 많은 돈을 썼지만, 위 분석은 특정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큰손’인 지역이다.

20대는 다른 상권에 비해 강남역, 가로수길 상권도 많이 찾았다. 전 세대를 아울러 음식업과 소매업에서 결제를 많이 했지만, 연령대별로 매출 비율이 높은 업종은 달랐다. 20대는 홍대를 포함한 3개 상권의 오락과 음식업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만화 카페, 보드 카페, PC방 같은 곳이다. 음식업의 경우 홍대에선 주점, 강남역에선 퓨전요리, 가로수길에선 치킨을 다른 연령대보다 더 많이 찾았다. 눈에 띄는 점은 20대가 강남역과 가로수길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쓴 업종은 의료라는 것. 오픈업에 따르면 해당 상권에 성형외과 결제 비중이 큰 영향으로 풀이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마곡·발산에서 30대 매출 많은 이유

마곡·발산에서 30대가 유독 큰 소비력을 보이는 것은 LG그룹 연구개발(R&D) 허브인 LG사이언스파크를 필두로 롯데·코오롱 등 대기업 사무실이 줄줄이 입주한 영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마곡 상권인 가양1동의 지난해 3분기 유동인구 수는 일평균 3만7851명으로 30대 비중이 가장 높다. 이곳에 직장을 둔 김모(38)씨는 “평일엔 젊은 직장인들이 점심과 저녁을 마곡에서 다 해결하고, 강서구 유일의 번화가라 주말에도 거주민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여의도 더현대서울 외관. 사진 현대백화점

여의도 더현대서울 외관. 사진 현대백화점

목동과 고속터미널, 서초·교대 상권의 ‘교육 큰손’은 4050세대였다. 특히 40대는 목동, 고속터미널, 서초·교대 교육 매출의 각각 59.4%, 63.2%, 39.8%를 차지했다. 60대 역시 다른 상권보다 서초·교대, 고속터미널, 목동 등에서 단골이었다. 주로 병원, 한약방, 약국에서 매출 비율이 높았다.

또한 이번 조사 결과에서 30대가 큰손으로 떠오른 여의도 상권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는 이 지역에서 40·50세대 소비가 30대보다 많았지만 지난해엔 30대 매출 비율이 31.4%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유통업계는 2021년 여의도에 백화점 ‘더현대 서울’이 문을 열면서 30대 매출을 빨아 들였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더현대서울 구매자 중 30대 비율은 38.9%로 전체 연령에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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