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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HBM3E 양산' 사흘 뒤…法, 하이닉스 前연구원 전직 금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태원 SK 회장(오른쪽)이 15일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기 용인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오른쪽)이 15일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기 용인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 후발주자인 마이크론 임원으로 이직한 전직 연구원을 상대로 낸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HBM 개발을 둘러싼 업계 내 경쟁으로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면서다. 특히 이번 법원의 결정은 마이크론이 5세대 HBM3E 양산을 발표한지 사흘 뒤에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는 지난달 29일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씨를 상대로 낸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또 재취업한 회사를 즉시 관두지 않을 경우 1일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채무자(A씨)는 오는 7월 26일까지 미국 마이크론과 각 지점, 영업소, 사업장 또는 계열회사에 취업 또는 근무하거나 자문계약, 고문 계약, 용역계약, 파견계약 체결 등의 방법으로 자문, 노무 또는 용역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채무자가 취득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마이크론은 동종 분야에서 채권자와 동등한 사업 능력을 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채권자는 그에 관한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정보가 유출될 경우 원상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모습. 연합뉴스

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모습. 연합뉴스

A씨는 현재 마이크론 본사에 임원 직급으로 재취업해 재직 중이다. 앞서 A씨는 SK하이닉스에 입사해 메모리연구소 설계팀 주임 연구원, D램설계개발사업부 설계팀 선임연구원, HBM사업 수석, HBM 디자인부서의 프로젝트 설계 총괄 등으로 근무하며 D램과 HBM 설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2022년 7월 26일 퇴사했다.

A씨는 SK하이닉스 근무 당시인 2015년부터 매년 ‘퇴직 후 2년간 동종 업체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정보보호서약서를 작성했다. 퇴직 무렵인 2022년 7월에는 전직 금지 약정서와 국가 핵심기술 등의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했다. 이 전직 금지 약정에는 마이크론을 포함해 전직 금지 대상이 되는 경쟁업체가 구체적으로 적혔고, 금지 기간도 2년으로 명시됐다.

이후 A씨의 이직 사실을 확인한 SK하이닉스는 작년 8월 법원에 전직 금지 가처분을 냈다. A씨의 전직 금지 약정 기간이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처분이 받아들여진 건 최근 HBM 시장 경쟁이 과열된 것과 무관치 않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선점하고 있고, 후발주자인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5세대 HBM3E 양산을 시작해 올 2분기 출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론의 HBM3E가 AI 반도체 업계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하이엔드 AI용 GPU인 ‘H200 텐서코어 그래픽칩(GPU)’에 탑재된다고 밝혔다. HBM3E는 D램 8개~12개를 수직으로 쌓은 뒤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로,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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