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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 다시 올 것"...'트럼프 2.0'에 우려 커지는 日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올해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는 구도로 굳어지면서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트럼프 2.0(트럼프 정부 2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7일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콘웨이에 있는 코스트 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콘웨이에 있는 코스트 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내 여론 조사에서 오차범위 안팎으로 우세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수입품 관세 인상 등 미국의 보호주의가 가속하고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 온 탈탄소 정책이 역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일본 기업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영향을 줄 요소가 관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니나미 다케시(新浪剛史) 산토리 홀딩스 대표는 지지통신에 "관세 전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대미수출 관세로 중국 경제가 악화할 경우에 "일본 경제도 쓰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EV)에 보조금 등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트럼프가 집권하면 폐지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기업들은 IRA에 기반해 미국 내 투자를 대폭 늘린 상황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EV용 배터리 공장을 갖고 있는 파나소닉HD는 올해 미국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850억엔(약 761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요타도 EV 수요 증가를 전망해 미국에서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방침 변경으로 미 정부로부터의 혜택이 없어지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제시된다. 한국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배터리 기업들이 IRA에 맞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바이든이 재선하더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호주의 경향이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 트럼프는 "바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고, 바이든 대통령도 인수에 반대하는 전미철강노동조합(USW)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어느 쪽이 당선되더라도 인수 합병 진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US스틸을 141억 달러(약 18조 7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는 기업을 외국에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미국 정치권과 USW에서 제기됐다. 최종 인수를 위해선 미 정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CFIUS는 매각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 대통령에게 시정 조치 혹은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트럼프의 당선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후지사키 이치로(藤崎一郎) 전 주미 일본 대사는 "트럼프 1기 당시 선거 공약의 실행률은 약 50%였다"고 지지통신에 말했다. 이어 "일본은 관세 인상이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과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요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소하면서, 국제기구 개혁 등을 함께 이끌어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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