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학, 아시아선 수준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제9회 세계여성학대회의 주제가 한국말로 '화통'이라고 하네요. 서로 속시원히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자는 뜻이라고 들었는데 이번 대회의 정신에 딱 맞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2005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여성학대회를 앞두고 세계여성학대회 조직위원회 국제자문위원인 클레어 모제스 교수가 최근 방한했다. 미국 메릴랜드대 여성학과 교수인 그는 세계여성학회 창립자로서 1981년 제1회 여성학대회 이후 이 행사에 깊이 관여해 온 주역이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최 측을 자문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행사 준비가 원만히 진행돼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행사를 "어느 여성학대회보다 큰 매머드급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엔이 75년 이후 10년마다 케냐의 나이로비와 중국 베이징(北京) 등에서 개최해 온 세계여성대회를 2005년에는 개최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이번 여성학대회가 전세계 여성들의 주목을 끌 것이라는 것. 그는 서울 대회에 미국.유럽은 물론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전대륙에서 인종과 민족을 달리하는 3천여명의 여성들이 참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제스 교수는 "교수나 연구자들만 참가하는 여느 학술대회와 달리 여성학대회는 연구자와 정책입안자.여성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여성들이 참가하는 게 특징"이라며 "지난해 우간다에서 열렸던 제8차 대회에도 1천여명의 아프리카 국가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여성문제에는 성차별적인 요소뿐 아니라 계급.전쟁.식민주의와 같은 문제가 얽혀 있다"고 진단하고 "여성학 대회가 남과 북, 동과 서의 경계를 허물고 차이를 넘어 화합과 연대를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여성학 수준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하자 "한국의 여성학은 아시아지역에서 여성연구의 중심에 서 있다"며 "여성부와 서울시가 여성학대회를 후원키로 한 결정 등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19~20세기 미국.프랑스 여성주의 이론의 대가로 꼽히는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주의 저널인 '페미니스트 저널'의 편집장으로 활동중이다. 85년에는 그의 저서 '19세기 프랑스 페미니즘'이 미국사학회로부터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으며 올해에는 메릴랜드대가 뽑은 '올해의 훌륭한 여성상'을 받기도 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