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마지막 ‘깔딱고개’? 배터리 CEO들 “투자 안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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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배터리 2024’ 개막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배터리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주요 기업들이 차세대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은 ‘셀투팩 ’ 컨셉의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 플랫폼을 전시했다. [뉴시스]

국내 배터리 기업 대표들이 최근 시장 성장세 둔화에도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 침체기) 이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새 제품 양산 계획도 밝혔다. 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4’ 현장에서다. 인터배터리는 올해로 12번째 열리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취재진과 만나 “지난해보다 투자를 늘리겠다”면서 “양극재 공장은 착공했고 앞으로 다른 공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울산에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 후 첫 공개 행보에 나선 이석희 SK온 사장은 “(포드와 합작법인을 통해 짓고 있는) 미국 켄터키와 테네시 공장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고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다만 켄터키 2공장 가동은 시황을 봐서 탄력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은 2025년 가동 예정이다.

관람객들이 삼성SDI 부스에서 전기차 배터리팩 컨셉 모델을 적용한 전기 트럭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예정대로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 총괄은 “장인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도 ‘전체적으로 2차전지 투자 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2차전지 투자를 지속해서 미래 성장 산업으로 가져가겠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김윤태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사장도 배터리 시장에 대해 “올 연말까지는 힘들 것으로 예측한다”면서도 “투자는 계속 이뤄질 것이고 (양극재 사업 관련해)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신기술을 공개하고 새 제품 양산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체 개발한 파우치형 셀투팩(Cell to Pack·CTP) 배터리를 공개했다.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함으로써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는 장점이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완성차 업체와 공급계약) 논의를 많이 하고 있다”며 CTP 배터리에 대해 “경쟁사보다 가볍고 멀리 갈 수 있으면서도 경쟁사 수준의 원가를 유지했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SK온은 자사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 모형을 전시했다. [연합뉴스]

이번 전시회에서 관심사 중 하나는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였다. 고체 전해질이어서 충격을 받아도 누액 위험이 없고 화재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 삼성SDI는 국내 업체 중 전고체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 삼성SDI는 2026년까지 고객과 협의해 시제품을 제작하고 2027년 양산을 시작한다는 로드맵을 이날 공개했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 계획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LFP 시장은 CATL 등 중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으며, 최근 국내 업체도 개발에 뛰어들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LFP 배터리 양산 시점은 2026년”이라고 밝혔다. 이석희 SK온 사장도 “개발이 완료됐고, 고객과 협의가 완료되면 2026년쯤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총괄은 “LFP 분야에서 잘나가는 회사들이 중국에 꽤 많다”며 중국 기업과 합작 가능성을 언급했다.

배터리 소재 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LS MnM의 구동휘 대표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잘 키우고 평가받아서 상장을 잘하겠다”며 “LS MnM은 그동안 동제련 중심의 메탈 사업을 해왔는데 이제 성장 사업으로 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579개 기관·기업이 참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사전 등록 인원은 4만2872명으로 집계됐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