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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최장 본선 시작…트럼프 '국경' vs 바이든 '낙태' 대결"[수퍼화요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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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대선은 중도층이 트럼프의 국경 이슈와 바이든의 낙태 이슈 중 어디에 더 호응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5일(현지시간) 전망했다. 특히 이날 수퍼화요일 경선 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결하는 '대선 대진표'가 조기 확정되면서 앞으로 선거 레이스가 “최장·최악의 진흙탕 본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수퍼 화요일'을 거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사실상 확정됐다. AP=연합뉴스

'수퍼 화요일'을 거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사실상 확정됐다. AP=연합뉴스

중앙일보는 5일(현지시간) 미국 내 정치 전문가로 꼽히는 데이비드 루블린 아메리칸대 교수와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주립대 명예교수를 각각 인터뷰 해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바이든이 열세다.
슈미트=“바이든 정부의 모든 거시 경제 지표들은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선거 전략이 이미 트럼프 당선 때 나타날 두려움을 부각하는 데 맞춰진 건 (바이든의 치적을 강조하는) '포지티브 전략'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두려움을 조장하는 게 선거 전략 면에선 최선이긴 하다.”
루블린=“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제외하면 사실 바이든의 정책은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열세인 이유는 나이다. 수퍼볼 때처럼 언론 인터뷰를 계속 피할 거라면 차라리 후보 사퇴를 고려하는 편이 낫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멕시코와의 국경 '이글 패스'에서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개방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멕시코와의 국경 '이글 패스'에서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개방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두 사람은 모두 오는 11월 대선을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로 경제, 즉 ‘먹고 사는 문제’를 꼽았다. 다만 두 후보의 공통 과제인 중도 확장을 위해선 각각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도층 공략을 위한 전략이 다를 것 같다.
루블린=“바이든의 ‘낙태’와 트럼프의 ‘국경’ 정책에 누가 더 많은 유권자를 끌어들이느냐의 싸움이다. 이미 낙태는 민주당, 국경은 공화당 승리의 핵심 공식으로 부상한 상태다. 양측이 서로의 이슈를 무력화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슈미트=“바이든이 국경 정책의 선회 의사를 내비치면서 11월엔 트럼프의 국경 문제 주도권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낙태는 공화당의 입장에서 완전히 선회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여성·종교 등 집단 표심과 연관돼 있어 큰 파괴력을 낼 수 있다.”
미국에서 '정치박사'라고 불리며 50년 넘게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해온 스테판 슈미트 명예교수가 중앙일보와의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정치박사'라고 불리며 50년 넘게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해온 스테판 슈미트 명예교수가 중앙일보와의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돌발 변수는 없을까.
루블린=“내 생각엔 바이든이 트럼프처럼 국경 협정의 파기까지 나갈 순 없다고 본다. 반면 트럼프는 낙태 자체를 이슈에서 무력화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성공 가능성도 있다. '국경'으로 '낙태'를 덮는 방식이 될 것이다.”
슈미트=“지금 나오는 선거 판세 예측은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상태를 전제로 한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붕괴할 경우 이슈는 안보로 급격히 이동하게 되고, 그럴 경우 바이든이 친러 행보를 보인 트럼프를 매우 크게 이길 거라고 예상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의회의 예산 통과를 거듭 요청하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깝게 지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의회의 예산 통과를 거듭 요청하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깝게 지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통상 여름에 정해지던 후보가 빨리 정해졌다.
슈미트=“여름 이후 3개월이던 전과 달리 이번엔 8개월간 진행되는 최장의 본선 레이스가 됐다. 긴 선거는 매우 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르기 마련이다. 정책과 성과보다 증오가 앞서는 최악의 흑색선전과 비방이 지속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미국인들은 정치에 완전히 질려버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
루블린=“긴 캠페인으로 건강 문제가 더 불거질 수 있다. 트럼프도 고령에 과체중, 나쁜 식습관을 갖고 있다. 본선 레이스가 길어지는 와중에 사법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유권자들은 이미 두 후보에 대한 매우 고정된 견해를 가지고 있어 극적 변화의 여지는 크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뉴욕 대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실상 8개월에 걸친 초장기 본선이 진행되면서,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언제든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법 비용과 관련해 자금난에 봉착했다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뉴욕 대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실상 8개월에 걸친 초장기 본선이 진행되면서,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언제든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법 비용과 관련해 자금난에 봉착했다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반도 정책의 변화 가능성도 있나.
슈미트=“바이든 2기의 한·미 동맹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트럼프는 선거 내내 한국과의 무역 문제와 방위비 등에 대한 신랄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역시 동맹 자체를 버릴 수 없다고 본다.”
루블린=“트럼프 2기는 동맹 기조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우려 지점은 북한 김정은과의 매우 불안한 형태의 대화를 자랑하듯 말하는 부분이다. 1기 때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분야다.”

두 사람은 이번 대선이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구도라며 향후 선거 제도 개편 가능성을 언급했다. 루블린 교수는 “초유의 극단적 상황이 발생한 것은 시스템이나 후보 지명 절차를 변경해야 할 시점이 왔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슈미트 교수도 “상당수가 ‘더 나은 후보가 없나’는 의문을 제기하는 불행한 상황은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만든 결과”라고 했다.

데이비드 루블린 아메리칸대학교 교수가 미 국무부에서 미국 대선과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다. 미 국무부

데이비드 루블린 아메리칸대학교 교수가 미 국무부에서 미국 대선과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다. 미 국무부

스테판 슈미트 명예교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70년부터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강의하며 50년 넘게 미국의 정치를 연구해왔다. 1972년 아이오와에서 시작되는 현재의 코커스 제도가 도입된 이후 관련 분야에서 최고의 저명한 정치학자로 평가된다.

그는 12권의 책을 썼고, 대표 저서로는 미국 대학에서 가장 많이 읽힌 정치학 교과서 중 하나인 『미국 정부와 오늘의 정치(American Government and Politics Today)』가 꼽힌다. 슈미트 교수는 지금도 연구와 저술 외에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FOX TV 등 미국의 주요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고 방송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미국 정계에서 ‘정치박사(Dr. Politics)’란 칭호로 불린다.

데이비드 루블린 교수

예일대를 졸업해 하버드대에서 정부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20년부터 아메리칸 대학의 정부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미국 정치학회의 재무이사 겸 선거지원 태스크포스 공동의장으로 활동하며 정부 및 정당에 다양한 자문 활동을 펼치는 전문가다.

특히 가장 최근 저서인 『소수자의 규칙(Minority Rules)』에서는 한국계를 포함한 아시안의 정치 행위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정치학회의 최우수 도서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선거제도, 선거구 획정 관련 분야의 저명한 학자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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