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프랑스 의회에 "어물전 장수 같은 게!"라는 외침이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명확하지 않았으나, 타깃은 명확했다. 당시 33세였던 여성 의원, 마틸드 파노의 등장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파노 의원은 당시 "차별적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그 파노 의원이 지난 4일(현지시간)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 의회가 이날 세계 최초로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에 적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다.
파노 의원은 이 법안을 발의했으며 통과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법안 통과 직후 환영하는 연설을 그가 한 배경이다. 그가 하는 연설은 영어 자막과 함께 뉴욕타임스(NYT)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에 5일 실렸다.
이 영상에서 파노 의원은 "우리의 오늘 표결은 지구 곳곳에서 여성의 기본적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을 위한 메아리이자 약속"이라며 "우리가 우리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이 당연한 일을 위해 분투 중인 미국과 아르헨티나의 동료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고 강조한다.
파노 의원은 '불복하는 프랑스'(La France Insoumise, LFI)란 이름의 진보 정당 소속으로, 이 정당 대표도 맡고 있다. 2021년 일화에서도 보듯 그는 싸움닭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이번 낙태권 헌법 적시와 관련해선, 여야를 막론하고 그의 뜻에 다수가 힘을 보탰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이번 법안 통과는 프랑스가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5일 "이 진보 의원은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고 전했다.
수학자 어머니와 농경학자 아버지의 딸인 그는 2017년 초선 의원으로 정계에 본격 데뷔했다. 당시 "프랑스 정계의 신예 스타"라는 표현도 허핑턴포스트 프랑스판에 나왔다. 이어 2022년 재선했다. LFI 당 대표로 선출된 건 "어물전 장수" 사건 몇 달 뒤인 2021년 10월이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노동자 권리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학업에도 열심이었다. 프랑스의 대표적 명문, 시앙스포(Sciences Po)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시앙스포는 파리 엘리트 교육의 산실인 그랑제콜 중에서도 정치학과 사회과학 최고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이번 낙태권 헌법 적시로 인해 파노 의원은 정치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과거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걷지 않는다. 뛴다. (정치를 위해선) 걸어갈 시간이 없다."
파노 의원은 파트너인 알렉상드르 베날라와의 사이에서 두 자녀를 두고 있다. 파노보다 3세 연하인 베날라는 사업가이다. 한때 폭력 사건에도 휘말렸으나 파노 의원은 "나는 그를 믿는다"고 지지 의사를 확고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