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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를 '인재육성' 예로 든 성일종…한동훈 "언행 주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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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국회의원이 인재육성과 장학사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예로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언급해 정치권에 파문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5일 문제가 된 성 의원의 발언을 SNS를 통해 소개하며 문제점을 부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성 의원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총선에 나선 후보들에게 "입조심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냈다.

사진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캡처

사진 이재명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토 히로부미는 잘 키운 인재"-국민의힘 성일종'이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발언 중 일부분을 인용하면서 성 의원 발언의 부적절성을 강조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성 의원은 지난 3일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며 "미국이 일본을 무력으로 굴복시켰을 때 일본의 작은 도시 하기(萩)에 있던 청년 5명이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오겠다'며 주 정부에 장학금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법적으로 장학금을 줄 수 없자 재정국장이 금고 문을 열어둔 채 나갔고, 청년들은 금고에 있던 금괴를 갖고 영국으로 가서 공부하고 왔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그렇게 공부하고 돌아와 해군 총사령관 등을 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이토 히로부미"라며 "다음 세대를 키울 (장학)제도가 없을 때 (재정국장이) 금괴를 훔쳐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이토 히로부미 등이) 그 금괴로 공부하고 난 뒤 일본을 완전히 개발시켰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연합뉴스

그러면서 "(이토 히로부미가) 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고 그만큼 우리에게 불행한 역사이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고 덧붙이면서, 학생들에게 "지역사회가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미래에 조국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행사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불행한 역사임을 알면서도 굳이 우리에게는 '침략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끌어와 마치 칭송하듯 예로 들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그것도 3·1절 바로 이틀 뒤에 열린 행사라 더 적절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성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금괴를 훔쳐서까지 공부해 일본의 근대화를 이룬 예를 들면서 이제는 장학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만큼 걱정 없이 공부에만 매진하라는 격려 차원이었을 뿐"이라며 "동시에 사람과 교육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청주 육거리시장을 방문해 만두를 시식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청주 육거리시장을 방문해 만두를 시식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이어 "이토 히로부미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안중근 의사에 의해 사살된 인물이고, 이제는 우리나라가 몇 가지 지표에서 경쟁국인 일본을 뛰어넘는 강국이 됐는데도 여전히 (일본에 대한) 그런 언급조차 금기시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열등의식"이라고 적절성 논란을 일축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4·10 총선에 나서는 자당 후보들에게 "낮은 자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거듭 '입조심' 경계령을 내렸다. 한 위원장은 이날 주요 당직자와 공천이 확정된 후보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총선을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더 주의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후보나 예비후보들은 우리 당의 얼굴"이라며 "잘못된 비유나 예시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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