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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문물 틀어막으며 국제기구에 손짓 北…"자력갱생 보완 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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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본부의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본부의 모습. AP, 연합뉴스

북한이 유엔 관계자의 입국을 사실상 허용하면서 코로나19 봉쇄 이후 처음으로 국제기구에 문호를 개방하려는 조짐이다. 사상 통제와 외부 문물 유입 방지에 열을 올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기구의 도움을 청하려는 건 러시아와 불법적으로 손을 잡고서도 만성적 경제난 타개가 그만큼 힘들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4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일 신임 북한 상주조정관으로 이탈리아 출신 외교관인 조 콜럼바노 전 유엔 중국 상주조정관실 수석을 임명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콜럼바노 조정관은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의제와 관련한 북한의 노력을 지원하고, 식량, 안보, 사회개발서비스, 회복력 및 지속가능성, 데이터 개발 관리 등 분야에서 유엔 팀을 이끌 예정"이라며 "이번 임명은 북한 정부의 승인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신임 북한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으로 조 콜럼바노 전 유엔 중국 상주조정관실 수석을 임명했다고 유엔본부가 4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콜럼바노 신임 유엔 북한 상주조정관. 유엔본부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신임 북한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으로 조 콜럼바노 전 유엔 중국 상주조정관실 수석을 임명했다고 유엔본부가 4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콜럼바노 신임 유엔 북한 상주조정관. 유엔본부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북한 정부의 승인은 사실상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절차도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콜럼바노 조정관은 일단 태국 방콕의 유엔 사무소에서 업무를 시작했으나, 곧 평양에 부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기구 요원이 북한에 입국한다면 2021년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2020년 1월 말 국경을 봉쇄했고, 2021년 4월을 기점으로 국제기구 요원들을 자국 내에서 모두 철수시켰다.

유엔의 상주조정관은 북한 내에서 각종 유엔 기구의 업무를 조율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외교가 안팎에서 북한 당국이 유엔 상주조정관 임명을 계기로 국제보건기구(WHO),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등 국제기구 요원들을 다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전문가들은 유엔이 조정관 임명 소식을 전하며 빈곤과 기아 종식 등을 주요 목표로 두는 'SDGs 달성 노력'을 언급한 데 주목했다. 이는 김정은이 강조한 식량 증산과 지방경제발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을 채워야 하는 북한 당국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이 2021년에 제출한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보고서의 표지, 유엔 홈페이지

북한이 2021년에 제출한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보고서의 표지, 유엔 홈페이지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는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사상통제를 위해 외부문화 유입을 엄격히 금지하는 김정은의 기존 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며 "미묘하지만 대외사업의 방향을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제기구 요원들이 입국할 경우 북한 내 실상이 알려지고 주민들의 외부 접촉면이 커지는 등 체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얻어내야 할 반대급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에 국제기구 상주대표들은 북한 당국의 경제 발전과 관련된 부분을 자문해주곤 했다"며 "자력갱생을 기반으로 경제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고, 강대강으로 치닫는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관리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최근 유럽 국가들과 북한 내 외교공관 재가동을 위한 논의도 시작했는데, 여기엔 한국과 북한의 형제국 쿠바의 수교 및 제재 압박에 따른 고립 심화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반기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첫날인 4일 한미 공군의 대대급 연합공중훈련인 '쌍매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공군 제11전투비행단 122대대 소속 F-15K 전투기가 경기 평택시 공군 오산기지에 전개하여 이동하는 모습. 공군 제공, 연합뉴스

전반기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첫날인 4일 한미 공군의 대대급 연합공중훈련인 '쌍매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공군 제11전투비행단 122대대 소속 F-15K 전투기가 경기 평택시 공군 오산기지에 전개하여 이동하는 모습. 공군 제공, 연합뉴스

한편 북한 국방성은 이날 한·미의 전반기 정례 연합군사연습인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를 '전쟁연습'이라고 규정하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국방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과 10여개의 추종국가들이 결탁하여 전개하는 대규모 전쟁연습은 절대로 '방어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그릇된 선택이 가져올 안보 불안을 각일각 심각한 수준에서 체감하는 것으로써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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