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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쿠바 수교 의식했나…北, 유럽과 평양 대사관 재가동 협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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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지난해 7월 20일 "북한 주재 외교단 성원들이 지난 19일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 승리 70돌 즈음해 조국해방전쟁 사적지를 참관했다"라고 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은 지난해 7월 20일 "북한 주재 외교단 성원들이 지난 19일 조국해방전쟁(한국전쟁) 승리 70돌 즈음해 조국해방전쟁 사적지를 참관했다"라고 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최근 유럽 국가들과 코로나19 국경 봉쇄로 중단했던 주북 대사관 운영을 재개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적인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에서 탈피를 꾀하고,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해외공관 폐쇄로 취약해진 외교 네트워크를 보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방북 일정을 북한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폴란드 외무부 대변인은 '4년째 비워둔 주북 대사관 점검 계획이 있느냐'는 VOA의 질의에 "현재 우리는 평양에서 기술적 임무를 수행하기에 양측 모두에 적합한 시기에 대해 북한 당국과 논의하고 있다"며 "2020년 이전 북한에 외교적으로 주재한 국가로서 이 같은 주재국 상태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체코도 같은 날 관련 질문에 "현재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고 대사관 재개방을 위한 조건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다른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코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2020년 평양 주재 대사관을 폐쇄했다"며 "이는 코로나19팬데믹과 현지 상황에 따른 일시적인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영국 런던 서북부 외곽에 위치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4월 영국 런던 서북부 외곽에 위치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모습. 연합뉴스

외교가에선 이런 북한과 유럽 국가들의 움직임을 두고 북한 내 외교 공관을 재가동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해석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한국과 쿠바 수교 다음 날 김여정 담화로 일본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암시하는 듯한 보도를 낸 데 이어 최근 서방 대사관에 문을 열고 있다"며 "최근 한국과 쿠바와의 수교에 대한 대응 측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주북 외교 공관 재가동 움직임은 폴란드와 체코 등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앞서 마르틴 튀멜 독일 외무부 동아시아·동남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도 지난달 26일 코로나19 봉쇄 이후 서방 인사로는 처음 북한에 들어갔다. 이어 같은 달 29일에는 안드레아 벵트손 주북 스웨덴 대사 내정자도 북한을 방문했다.

여기에 스위스와 영국 외교당국도 지난달 28일 외교 공관 재가동을 위한 '기술적 점검'을 위해 방북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도 최근 북한 측의 승인을 받아 신임 북한 주재 상주조정관에 이탈리아 출신 외교관인 조 콜롬바노를 임명했다. 다만 콜롬바노 조종관은 북한 당국이 국제기구 요원들의 입국을 통제하고 있어 북한에 상주하지 못하고 태국에 있는 유엔 지부에서 근무할 것이라고 한다.

펑춘타이(馮春臺) 주북 중국 공사는 지난 26일 평양에 위치한 중국대사관에서 마르틴 튀멜 독일 외무부 동아시아·동남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과 회담하는 모습. 주북 중국대사관 제공, 연합뉴스

펑춘타이(馮春臺) 주북 중국 공사는 지난 26일 평양에 위치한 중국대사관에서 마르틴 튀멜 독일 외무부 동아시아·동남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과 회담하는 모습. 주북 중국대사관 제공, 연합뉴스

앞서 북한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2020년 1월 말 국경을 봉쇄했다. 이후 지난해 8월부터 국경을 제한적으로 개방했지만, 기존에 외교공관을 운영해온 유럽 주요 국가들의 외교사절이나 국제기구 상주 인력의 복귀는 허용하지 않았다. 국경 봉쇄의 여파로 인한 생필품 부족현상에도 불구하고 평양을 떠나지 않았던 중국·러시아· 몽골·쿠바 등 전통적인 우호국가에 대해서만 신임 대사의 부임을 허용하는 등 외교 공관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최근들어 유럽 국가들에게도 문호를 열기 시작한 것이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대외활동의 보폭을 넓히는 것은 그만큼 고립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며 "러시아라는 뒷배가 있지만, 반미·반제국주의를 기치로 하는 전통적인 외교전략으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1일 유엔 군축회의에서 자신들의 불법적인 무기개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스라엘과 설전을 주고받았다.

주영철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이스라엘이 근거 없이 북한의 미사일·핵 확산을 주장하는데 이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군사적 침략에 쏟아지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보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미칼 마얀 주제네바 이스라엘대표부 군축 부대표는 "이란·시리아 등과 더불어 북한이 국제법을 놓고 설교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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