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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성장 통한 안정” 5% 목표 공식화…시진핑 '1인 천하' 제도화

중앙일보

입력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개막식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리창(오른쪽) 국무원(정부) 총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개막식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리창(오른쪽) 국무원(정부) 총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이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2024년 경제 성장률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으로 확정했다. 부동산 위기와 내수 활력 부족 등 국내외에 산적한 도전을 “성장을 통한 안정(以進促穩)’ 기조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시진핑(習近平·71) 국가주석 1인 체제는 제도 변화를 통해 한층 강화했다.

이날 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창(李强·65) 국무원 총리는 취임 후 처음으로 정부 업무보고를 낭독하며 “올해 기대목표를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어려움을 인정했다. 중국은 지난 2022년에도 5.5% 성장 목표를 제시했지만 ‘제로 코로나’ 방역에 따른 상하이 봉쇄로 3.0% 성장에 그치며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리 총리는 5% 성장을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내세웠다. “올해 목표 재정적자율을 3%로 정하고 적자 규모는 4조600억 위안(약 751조원)으로 배정한다”며 “특별 국채 1조 위안(185조원)을 우선 발행한다”고 밝혔다. 재정적자율 목표는 지난해에도 3.0%를 제시했지만, 실제는 3.8%로 크게 늘었다.

내수 확대도 강조했다. 리 총리는 “디지털·친환경·건강 소비 촉진 정책을 실행하며, 스마트 가구, 문화오락 및 관광, 스포츠 경기, 국산 유행제품 등 새로운 소비 성장점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소비품 보상교환판매를 통해 신에너지차, 전자제품 등의 소비 진작도 약속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 목표치는 시장의 예상과 일치했다. 하지만 리 총리가 시인했듯, 달성 가능성으로 보면 다소 야심찬 수치로 평가 받고 있다. 린 쑹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적당한 수준의 정책적 지지에도 (지난해와 달리 경제적)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비관적 정서, 과잉 상태로 남아 있는 부동산 시장의 약세 등을 고려하면 올해 5% 성장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은행(4.5%), 국제통화기금(4.6%), 골드만삭스(4.8%) 등 국제금융기관은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이미 5% 이하로 낮춘 상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5일 개막한 전인대 개막식장 주석단 중앙에 앉은 시진핑(習近平·71)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5일 개막한 전인대 개막식장 주석단 중앙에 앉은 시진핑(習近平·71)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시진핑 사상 명문화 정부조직법 개정

이날 전인대 개막식에서는 시진핑 ‘1인 천하’를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마무리 작업도 진행됐다. 리훙중(李鴻忠) 전인대 부위원장이 시진핑 사상을 지도 사상으로 명문화한 국무원 조직법 수정초안을 설명했다. 이로써 전날 31년 만에 총리 기자회견을 폐지한 시 주석이 덩샤오핑이 개혁개방과 함께 추진했던 당정분리 개혁을 마오쩌둥 시대의 당정통합 시스템으로 원상 복귀하는 시진핑식 개혁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전날 발표된 총리 기자회견 폐지는 정책결정권이 정부에서 당으로 완전히 돌아갔음을 상징한다며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가상현실에 갇혀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올해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이날 재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에 따르면 국방예산은 전년보다 7.2% 증가한 1조6655억 위안(약 308조원)으로 편성됐다. 다만 증가율은 7.2%로 지난해와 같다. 리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군사위원회 주석 책임제를 전면적으로 관철해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 실현을 위한 난관 돌파전을 잘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이뤄진 대대적인 군 부패 청산에도 시 주석의 확고한 군부 장악력을 내비친 발언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식량 저장 예산 국방비 증가폭 앞질러

올 예산안 가운데 식량·석유 등 기초 물자 저장을 위한 예산이 1406억 위안(26조원)으로 편성돼 전년 대비 8.1% 증가하면서 국방비 증가폭을 앞질렀다. 과학기술 예산(10.0%), 채무 이자 예산(11.9%)은 두 자리 증가폭을 기록했다.

리 총리는 이날 업무보고 내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31페이지에 달하는 원고를 55분 동안 압축해 낭독했다. 올해 업무보고의 핵심 단어는 ‘발전’이었다. 총 137회 등장했다. 경제가 63회, 안정(穩)이 57회 언급됐다. 시 주석이 강조하는 고품질발전(高質量發展)이 24회 언급됐으며, ‘시진핑’도 16차례 등장하면서 17회 등장한 민생의 뒤를 이었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외교부장 인사는 이번 양회(兩會·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4일 러우친젠(婁勤儉) 전인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전인대 의제를 발표하며 인사는 언급하지 않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미국 대선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소된 11월 이후에 미뤄진 당 20기 3중전회를 개최해 장기 전략을 확정한 뒤 외교부장 인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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