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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 앞두고 잠잠한 中…존재감 사라진 총리, 시진핑 직접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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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022년 3월 5일 전인대 개막식을 마친 대표들이 인민대회당을 나오고 있다. 신경진 기자

지난 2022년 3월 5일 전인대 개막식을 마친 대표들이 인민대회당을 나오고 있다. 신경진 기자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가 일주일 뒤인 오는 3월 4일과 5일 개막한다. 올해는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면서 지난 201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대표단과 취재진의 격리 없이 진행된다. 그런데도 예전과 달리 관영 매체는 양회 보도에 인색한 편이다. 증시·홍콩·부동산·소비 등 경제 현안을 다루는 당국도 잠잠한 편이다. 대만 연합보는 26일 이번 양회 분위기를 두고 중국 경제 하락세가 예상을 넘어섰고, 공급·산업 체인이 사실상 끊어졌으며, 경제 광명론 합창 역시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존재감 사라진 총리

올해 양회의 가장 큰 특징은 국무원(정부) 총리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시진핑 1·2기 국무원을 이끌었던 리커창 총리 시절인 지난 2016년 “총리에게 할 말 있습니다(我向總理說句話)” 게시판이 개설됐다.

당시 인민망·신화망·앙시망 등 관영매체 웹사이트와 주요 포털, 국무원(gov.cn) 사이트 등에 1월 말부터 3월 전인대 폐막까지 게시판을 열고 총리를 향한 각종 대정부 건의를 모았다. 하지만 올해는 총리를 뺀 채 “정부업무보고에 건의합니다”로 문패를 바꿨다.

총리의 업무보고 준비 과정도 바뀌었다. 과거 리커창 총리는 ‘기층대표 좌담회’를 열고 업무보고를 보완했다. 하지만 리창 총리는 지난 1월 23일과 24일 기업가와 교육·과학·문화·위생·체육 대표 및 민주당파 지도자 좌담회를 열고 업무보고 초안을 설명하는데 그쳤다.

관영 매체도 잠잠해졌다. 과거와 달리 “정부 업무 계획을 묻고(問計·문계)”, 전문가들이 “정책을 건의하는(獻策·헌책)” 특집 보도가 사라졌다. 양회 키워드, 핫이슈 등 특집 보도도, 양회를 언급하는 중국인도 눈에 띄지 않는다.

習, 부동산·내수진작 주재

총리의 존재감이 줄어든 대신 공백을 시진핑 주석이 직접 메우는 모양새다. 시 주석이 지난주 직접 주재한 두 건의 경제 관련 회의가 올해 양회의 핵심 기조를 다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3일 시 주석이 주재한 중국공산당(중공) 중앙재정경제위원회 4차 회의는 대규모 설비의 교체, 소비품을 바꿀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문제, 물류 원가를 효율적으로 낮추는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용한 자동차 및 가전제품 보조금을 통한 내수확대를 재활용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19일 소집한 중앙 전면심화개혁위원회 4차 회의는 부동산 해법을 내놨다. 토지제도의 재정비를 통해 올해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인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모색했다. 두 건의 경제회의는 경제적 어려움을 내수 진작과 부동산 해결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취지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지난 2022년 3월 양회 기간 천안문 광장에 붉은 홍기가 나부끼고 있다. 신경진 기자

지난 2022년 3월 양회 기간 천안문 광장에 붉은 홍기가 나부끼고 있다. 신경진 기자

증시·홍콩 해결 소방수 투입

또 다른 현안인 증시 폭락과 홍콩 쇠퇴 문제엔 '소방수'가 투입됐다. 춘절 직전이던 7일 ‘증시 브로커 도살자’로 불리는 규제 전문가 우칭(吳淸·59) 상하이시 부시장을 증권감독위원회 주석에 전격 임명했다. 춘절 연후 이후 상하이 증시가 오름세로 바뀌면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SNS에서 '국제 금융중심 유적지'란 농담이 돌만큼 침체된 홍콩엔 총리급인 정협부주석 샤바오룽(夏寶龍·72) 홍콩·마카오판공실 주임이 파견됐다. 지난 22일 일주일 일정으로 홍콩에 간 그는 홍콩의 부활을 위한 지원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고품질발전·신품질생산력

한편 올해 양회에서는 정책 전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과거 양회마다 핵심 관전 포인트였던 GDP 성장률, 국방 예산 증가폭을 대체할 신조어로 등장한 고품질발전(高質量發展·high-quality development)과 신품질생산력(新質生産力·New productive forces)이다.

중국의 발전 목표는 이미 높은 수준의 발전으로 전환했고, 새로움 품질 생산력을 발굴해 이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용어다. 다만 이 두 신조어가 외신이 주목하는 성장률 목표 수치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회를 주도하는 권력의 변화도 감지된다. 지난해 양회에서 확정한 권력기구 개편 이후 1년 동안 “공산당 영도의 전면적 강화”와 정부, 전인대, 정협의 2선 후퇴가 사실상 완료됐다. 시진핑 1인 핵심 권력의 재확립도 올해 양회에서 강조될 전망이다.

대만 연합보는 최근 관영 신화사의 표현에 “몸소 계획하고, 몸소 배치하고, 몸소 추진한다”는 표현이 부쩍 늘었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중국 정치·경제 변화의 핵심 중의 핵심은 1인 권력의 강화라고 짚었다.

인민대회당 전경. 바이두 화면 캡처=연합뉴스

인민대회당 전경. 바이두 화면 캡처=연합뉴스

사라진 재경위 3차 회의 

한편 관영매체들이 보도하지 않은 중앙재경위 3차 회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신화사 등 관영매체는 2023년 5월 5일 1차, 7월 20일 개최한 2차 회의 이후 3차 회의는 건너 뛰고 지난주 열린 4차 회의 개최를 보도했다.

중공 중앙조직부가 운영하는 공산당원망(12371.cn)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11차례 열린 19기 중앙재경위 회의를 모두 수록하고 있는데, 반면 20기 재경위 회의는 회수를 생략한 채 세 차례 회의만 게재했다.

시사평론가 저우샤오후이(周曉輝)는 재경위 3차 회의에 대해 “리커창 시기 일련의 경제 정책을 부정했거나, 외부에 공개하기를 꺼리는 내용을 토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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