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재명 가까운 분 양보 필요하다"던 文, 친문횡사에 침묵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월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월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친명계 인사들의 약진으로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이 불거졌지만 문 전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친문 좌장인 홍영표 의원이 4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간접적으로 심경을 전한 것이 전부다. 최근 공천 배제(컷오프)된 홍 의원은 “민주당과 총선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했더니 문 전 대통령이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안타깝다’는 심정을 밝혔다”고 전했다.

민주당에 공천 폭풍이 불어닥친 최근 한 달간 문 전 대통령은 13건의 페이스북 글을 올렸는데, 칠레 전 대통령 애도(1건), 설 인사(1건), 책 소개(2건), 외국 인사 접견(1건), 외출(1건), 반려견 토리 애도(3건), 마을 축제(4건)로 정치와 무관한 내용이었다.

침묵이 이어지다 보니 컷오프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돌연 “당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문 전 대통령의 만류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그만큼 문 전 대통령의 반응에 야권의 이목이 쏠려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경상도식 추어탕과 막걸리로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경상도식 추어탕과 막걸리로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문 전 대통령이 총선 문제에 줄곧 침묵한 것은 아니다. 지난달 4일 평산마을을 찾은 이재명 대표와 회동했을 때만 해도 이른바 문명(文明) 갈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당시 비공개 식사 자리에서 “친문과 친명을 나누는 프레임이 있는데 안타깝고, 단합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친명·비명 프레임을 확대하는 (내부) 발언을 당이 그냥 두면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는데, 임 전 실장과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강성 친명 외곽조직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총선 문제를 화두로 꺼내며 “이 대표와 가까운 분들, 다선 중진의 용퇴도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당에선 “덕담만 오갈 줄 알았는데 뼈아픈 소리도 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친문계 상당수가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문 전 대통령의 조언이 먹혀들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때문에 당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심경이 말이 아닐 것”(중진 의원)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친문계 인사는 문 전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말 한마디가 당에 의도치 않은 파고를 일으킬 수 있어 총선 전에는 공식 반응을 자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는 “애매하게 개입했다가 자칫 비명계를 공격하는 친명 강성파를 더 자극할 우려가 있는 것도 부담일 것”이라고 했다.

4일 평산마을에서 만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 홍 의원 페이스북 캡처

4일 평산마을에서 만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 홍 의원 페이스북 캡처

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에서 특정 인사와 접견하는 예방 정치를 통해 총선 전까지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만나 격려하고, 4일 홍 의원을 만난 것 자체가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