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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당 결정 수용” 잔류 선택…문 전 대통령이 만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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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임종석

임종석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 배제 결정에 대해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선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전 6시30분쯤 페이스북에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한 문장을 올렸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임 전 실장을 서울 중-성동갑에서 컷오프한 지 1주일 만이다. 그간 공천 배제에 반발하던 임 전 실장은 지난 2일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회동하며 “탈당 임박”(야권 인사)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선택은 잔류였다. 임 전 실장의 한 측근은 “(임 전 실장은) 탈당하지 않는다”며 “당분간 쉬면서 앞으로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과제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 전 실장과 소통해온 한 의원은 “3일 밤까지 탈당할 생각이었는데 밤 사이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정권 심판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힘을 합쳐주시면 더욱 고맙겠고, 당도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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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열린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전 실장 문제를 놓고 “최대한 예우해야 한다” “당의 자산인데 이렇게까지 되는 게 안타깝다” 등 의견이 나왔고, 홍익표 원내대표가 창구를 자임했다고 한다. 다만 홍 원내대표는 4일 통화에서 “임 전 실장 얘기에 대해선 당분간 언급하지 않겠다. (탈당하지 않은 건) 스스로의 결심”이라고만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도 뒤늦게 임 전 실장을 만나려고 여러 경로로 접촉했으나 연락이 닿지는 않은 거로 안다. 선대위원장 등을 맡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임 전 실장의 선택을 “총선 이후를 위한 일보 후퇴”라고 보기도 한다. 임 전 실장과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총선에서 민주당이 고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후 대안 세력으로 부상할 준비를 하겠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당내 인사는 “결정적 고비에서 물러서는 건 리더로서 위상을 스스로 갉아먹는 것”이라며 “친문의 구심이라는 임종석의 효용성은 끝났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만류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3일 문재인 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강기정 광주시장과 만났다. 컷오프돼 탈당을 고심 중인 홍영표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문 전 대통령 예방 사실을 알리며 “문 전 대통령님께 민주당과 총선 상황에 대한 우려를 말씀드렸고,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안타깝다’는 심정을 밝히셨다”고 썼다.

임 전 실장의 합류를 기대했던 새로운미래는 당혹감을 표출했다. 임 전 실장과 회동하느라 3일로 예정됐던 광주 출마 선언을 미뤘던 이낙연 대표는 4일 기자들에게 “오늘 아침에는 전혀 저와 통하지 않았다”며 향후 연락에 대해 “사람인데 연락은 하겠죠”라고 답했다.

한편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0 국회의원 선거를 광주에서 치르기로 결심했다”며 “지역구는 좀 더 협의해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양향자 개혁신당 의원이 떠나게 된 광주 서을이 출마지로 거론된다. 이 대표는 “이렇게 심한 공천 파동을 겪고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은 없었고 총선에서 참패하면 정권 교체도 어렵다”며 “‘진짜 민주당’의 정신과 문화를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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