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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와 한숨 속에 초1 늘봄학교 시작…“도우미 없이 출근” “결국 학원 등록"

중앙일보

입력

새 학기가 시작된 4일 대전 서구 서부초등학교 늘봄교실에서 신입생과 학부모가 늘봄학교 프로그램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새 학기가 시작된 4일 대전 서구 서부초등학교 늘봄교실에서 신입생과 학부모가 늘봄학교 프로그램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학생들을 돌봐주는 늘봄학교가 4일부터 전국 2700여 개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안도와 “정확히 어떤 걸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가 교차했다.

초1 하교 시간, 오후 1시에서 오후 2~4시로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늘봄학교는 정부가 ‘돌봄 공백·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도입한 프로그램으로 희망하는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기존 방과 후·돌봄도 늘봄학교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편입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늘봄학교는 1학기에 전국 초등학교 2741곳에서 시작하고, 2학기부터는 전국 6000여 개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된다. 시범 운영인 만큼, 올해는 초등학교 1학년만 대상으로 운영한다.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교 1학년에게 학교 적응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2시간씩 무료로 제공된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1~2학년, 2026년에는 초등학교 1~6학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늘봄학교에 참여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맞춤형 프로그램까지 포함할 경우 올해부턴 하교 시간이 오후 12~1시에서 오후 2시~4시로 늦춰진다. 방과 후 프로그램·오후 돌봄까지 신청했다면 최대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교육·돌봄을 받을 수 있다. 저녁도 제공된다.

“등교 도우미 없이 출근 가능…교육·돌봄 비용 줄어” 

4일 오전 늘봄학교가 시행된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맞이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뉴스1

4일 오전 늘봄학교가 시행된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맞이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뉴스1

맞벌이 학부모들은 대체로 늘봄학교 도입을 환영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는 “맞벌이 부부인데 아침 7시 30분부터 9시까지 학교에서 ‘아침 돌봄’을 운영한다고 하니 등교 도우미를 구하지 않고 출근할 수 있게 됐다”며 “아침 돌봄, 2~3시간 교육 프로그램 덕에 교육·돌봄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학교·정부가 우리 아이를 맡아준다니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온라인 카페를 통해 “어느 정도 안착이 된다면 아이가 친구들과 학교에 더 머무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일일 것”이라며 “더 많이 뛰고 아이들끼리 상호 작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사·프로그램 등이 제대로 갖춰져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과 긴밀하게 협조해 추가 지원·보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확히 뭘 하는지 모르겠다”…강사 모집도 난항

반면 늘봄학교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입학식 당일까지도 늘봄학교의 ‘맞춤형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정확히 어떤 걸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불만도 나왔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신입생 학부모는 “어떤 프로그램이 개설되는지 입학식 당일까지 설명이 없었다”며 “아무리 학교고 무료라고 하지만, 뭘 하는지도 모른 채 아이를 맡길 수는 없어서 결국 학원에 등록시켰다”고 했다.

온라인 학부모 카페에도 비슷한 하소연을 하는 글이 쏟아졌다. 한 학부모는 “신청 안내서엔 수업 예시로 북아트, 난타, 공예, 요리 등이 있었는데 실제 시행 안내문에는 자유놀이, 한글놀이가 다였다”며 “‘끼적이기’ 정도만 하다가 올 것 같아서 취소했다”고 했다.

늘봄이 시작되는 학교들 역시 아직은 혼란한 상황이다. 한 늘봄학교 담당 강사는 “아이들 출석, 수업 후 인솔 문제가 제일 걱정인데 아직 공지가 없고, 출근 첫날에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늘봄교사를 모집하기 위해 올린 글. 서류 심사부터 합격자 발표까지 단 3일만에 평가가 종료된다. 사진 해당 초등학교 모집글 캡쳐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늘봄교사를 모집하기 위해 올린 글. 서류 심사부터 합격자 발표까지 단 3일만에 평가가 종료된다. 사진 해당 초등학교 모집글 캡쳐

늘봄 강사 채용난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늘봄교사 인력을 구하지 못한 일부 초등학교에선 1학년 담임교사가 늘봄 지도교사로 임명되는 등 혼선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학 직전에 강사 모집 공고를 내고, 서류 심사부터 채용까지 3일 만에 끝내는 경우도 있다. 정혜영 서울교사노조 대변인은 “늘봄학교 강사가 시간당 4만원인데, 그 임금을 받고 오려는 분들이 적다”며 “기간제 채용도 일부 학교는 아직 안 됐고, 참여 학교가 확대되면 인력난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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