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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팀쿡∙구글 피차이 잘린다?…요즘 CEO 목숨 좌우하는 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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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달 순다이 피차이 구글 CEO가 프랑스 파리의 구글 프랑스 AI허브 개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순다이 피차이 구글 CEO가 프랑스 파리의 구글 프랑스 AI허브 개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승승장구하던 최고경영자(CEO)가 시한부를 선고받는다면? 원인은 ‘암(癌)’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일 수 있다. 기술 최전선인 미국 빅테크들부터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기업까지 모두 AI 비전과 투자 여부에 따라 CEO 명운이 갈리는 모습이다.

2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 AI 오류 여파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의 사임 가능성이 구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구글은 텍스트·이미지·음성 등을 생성하는 멀티모달 AI 모델 제미나이를 지난달 1일 발표했으나, 결과물에 중대 오류가 발생하자 20일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기술의 구글’이 체면을 구긴 셈인데, 이후 테크 업계 유명 투자자인 사미르 아로라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피차이는) 곧 해고되거나 사임할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팀 쿡 애플 CEO의 ‘AI 실기(失期)론’에 이어 순다 피차이 구글 CEO가 ‘AI 책임론’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HW+AI’ 성공한 CEO, 위상 급등

반면 AI에 선제 대응한 CEO는 높아진 위상과 주가로 보답 받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2조 달러(약 2700조원)를 돌파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 아람코를 제치고 전 세계 시총 3위 기업에 등극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는 지난 2009년 언론 인터뷰에서 “엔비디아는 SW 기업”이라고 선언했을 정도로 AI 인프라를 위한 HW와 SW 결합 작업에 10년 이상 공을 들여왔다.

이날 PC·서버 업체인 델도 하루 만에 주가가 32% 올랐다. 회사의 AI 용 서버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어서다. PC 시장이 정체되자 델은 1년 전 엔비디아 HW·SW와 자사 서버를 결합해 기업의 생성AI 용 인프라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경쟁사 휴렛팩커드(HP)는 고성능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연 매출 전망을 낮췄다”며 대조했다.

실기한 애플, 애매한 삼성

‘관리형 CEO’의 대표 격인 팀 쿡 CEO는 지난달 28일 애플 주주총회에서 “AI가 이미 애플 제품 배후에 작동하고 있다”며 ‘애플이 AI에 뒤처졌다’라는 세간의 평을 떨치려 했다. 그는 “연내 생성 AI 관련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애플 주가가 소폭 하락할 정도로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애플은 최근 전기차 애플카 프로젝트를 접고 AI로 인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음성비서 시리를 생성AI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팀 쿡 애플 CEO가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팀 쿡 애플 CEO가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삼성은 모바일(MX)에서는 애플보다 먼저 AI 폰을 내놓는 등 앞서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삼성 공식 블로그에 ‘모바일 AI 시대를 열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AI 기술만큼 세기적 판도 변화를 이끌 혁신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모바일 기기는 AI의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며 “강력한 모바일 AI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이면서도, 메모리가 중요해지는 AI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 26일 5세대 HBM(광대역폭메모리)3E 양산을 발표하며 엔비디아 수주를 따낸 사실도 공개했다. HBM은 GPU 등 AI 연산 반도체에 내장되는 메모리다. 메모리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가 HBM에서만큼은 삼성을 따돌렸는데, 이제 3위 기업 마이크론마저 삼성을 제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6개월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주가는 각 31%, 35% 상승했으나 삼성전자 주가 상승분은 3%에 그쳤다.

다시 ‘경영보다 기술’ 시대

지난 1일 데이터 클라우드 전문기업인 미국 스노우플레이크는 CEO를 교체했다. 4년간 회사를 이끌며 기업가치를 30배로 키운 베테랑 전문경영인의 후임으로, AI 창업가를 택한 것이다. 스리다르 라마스와미로 신임 CEO는 구글 출신으로 AI 검색엔진 ‘니바’를 창업했고, 회사를 2021년 스노우플레이크에 매각한 후 AI 담당 수석 부사장을 맡아왔다.

지난해 6월 스노우플레이크 서밋에서 프랭크 슬루트만 스노우플레이크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양사 협력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6월 스노우플레이크 서밋에서 프랭크 슬루트만 스노우플레이크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양사 협력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임 CEO인 프랭크 슬루트만은 데이터도메인, 서비스나우 등 미국 테크 기업의 3연속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킨 전문경영인으로, 엔지니어가 창업한 스노우플레이크의 경영 효율화와 기업문화 혁신을 이끌었다. 그러나 회사 이사회는 ‘AI 시대에 AI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기술’에 다시 무게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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