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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운동권 진짜·가짜 그게 뭐가 중요해, 서민 대책이 먼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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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9호 04면

[SPECIAL REPORT] 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① 한강 벨트

“누가 진짜 운동권이고 가짜 운동권이고 그게 뭐가 중요해.” 지난달 28일 주민들과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만난 시장 상인인 50대 김모씨가 한 말이다. 이어 “그 사람들이 왕년에 운동했든 차력을 했든 서민 경제 살릴 대책이 먼저”라고 말했다.

운동권 대결. 정치권이 바라보는 서울 마포을 선거의 컨셉트다. 2004년 이래 이곳을 근거지로 삼아 3선 한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건국대 재학 시절 서총련 ‘조통특위’ 동부지구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하다 투옥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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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 국민의힘이 공천한 이는 네모횟집 대표인 함운경 후보다. 1985년 서울대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했던 운동권 대표주자였다. 지금은 전향해 운동권 문화를 비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운동권 계보만 보면 정 최고위원보다 함 후보가 주류에 가깝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에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서교동 홍대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김인석(27)씨는 “운동권 대 운동권 대결이라는데 우리 같은 세대엔 그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냉소했다.

대신 ‘정청래냐 아니냐’를 고민하는 듯했다. 컷오프당했던 20대 총선에서도 정 최고위원은 “정청래가 손혜원이고 손혜원이 정청래”라면서 지역구를 누볐다. 총선 기준으론 사실상 6번째 등판인 셈이다. 회사원 최모(36)씨는 “정 최고위원이야 말로 현재 민주당의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당이 어지러울 때일수록 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30대 직장인 최현철씨는 “누가 돼도 정 최고위원보다 나을 것 같다. 이재명 대표 옆에서 호가호위만 하려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다선 의원으로 마포에 해준 게 딱히 없으면 자연스럽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표심이 과거와 다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마포가 부동산값 폭등의 수혜지역이 되면서 유권자 분포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서교동 인근에서 15년째 부동산업을 운영 중인 50대 이모씨는 “부동산 쪽에서는 ‘진보가 정권을 잡으면 집값이 상승하고, 보수가 집권하면 집값을 잡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 근방은 집값이 계속 오르는 중”이라며 “과거만큼 민주당으로 치우치진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21대 총선에서 정 최고위원은 17%포인트로 압승했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마포에서 2.5%포인트 차로 이겼고, 곧 이은 마포구청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승리했다(2%포인트).

상암동 일대엔 소각장 이슈가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지난해 8월 서울시가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옆 부지에 새로운 자원회수시설(생활 폐기물 소각장)을 설치하겠다고 한 뒤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면서다. 주부 이도연(41)씨는 “7년 동안 소각장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이번 선거에서 오세훈 시장과 국민의힘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0대 경비원 김주성씨도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시장이 상암동 소각장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함 후보는 “당선된다면 해당 소각장 이슈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망원동에 선거 사무실을 계약했다는 그는 “40년도 더 된 운동권 이슈보다 미래에 집중하고 싶다”며 “나는 장사를 하다가 망해서 죽음까지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 서민들과 상인들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안다. 청년들이 도전했다가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공천 갈등으로 당 사정이 복잡한 여파인지 정청래 최고위원은 아직까진 당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주말까지 구체적인 유세 일정 등에 대한 회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세부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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