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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해 본 사람이 잘한다" "이번엔 신선한 사람" 갈리는 민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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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9호 05면

[SPECIAL REPORT] 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① 한강 벨트

서울 광진을은 서울에선 가장 먼저 여야 출전 선수가 확정된 곳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고민정 의원, 국민의힘에선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각각 지난달 15일, 14일이었다.

그로부터 2주 지난 29일 현장을 찾았다. 오 전 부시장 캠프는 본궤도에 오른 듯 분주했다. 이날 오전 자양2동에 위치한 버스운송회사 신흥운수를 방문한 오 전 부시장은 “지난 금요일 문자로 받은 정류장 관련 민원을 해결 조치하기로 했다”며 운전기사들과 30분여 간담회를 했다. 그는 기자에게 “오세훈 서울시장과 케미를 발휘해 광진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의 선거사무실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선거하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고 의원이 당내 공천 파동에 항의, 지난달 27일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이후 공적 활동을 삼가고 있어서다. 취재 요청도 거절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당분간은 지역 선거 전략에 집중하면서 지역주민들을 주로 찾아뵐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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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사이 대결은 처음이다. 그러나 일종의 ‘오세훈 리턴매치’ 성격도 있다. 오 전 부시장이 오 시장의 최측근이어서다. 지난 총선에서 오 시장은 민주당의 아성인 이곳에 도전장을 냈다. 여기서 5선을 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당선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그랬더니 민주당이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신인인 고 의원으로 교체했다. 오 시장은 2746표 차로 졌다(2.55%포인트). 이번엔 오 전 부시장이 재선했던 서울 관악을을 떠나 이곳에서 도전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서울 광진을은 ‘14대 총선 이래 민주당 승리’란 기록에서 보이듯, 민주당의 초강세 지역이다.  한강 변을 따라 ‘아파트 벨트’가 펼쳐진 자양3동·구의3동 일대에선 국민의힘 지지세가 있지만, 이외 지역에서의 민주당 당세에 압도당하곤 했다. 호남 인구와 2030 1인 가구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다만 광진구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와 구청장 선거 때 국민의힘이 1.6%포인트, 2.4%포인트 차로 이겼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만 봐선, 접전 흐름이 이어지는 듯했다. 지난달 28일 자양종합시장 인근에서 만난 60대 김정임·박영순씨는 오랜 친구라는데 지지하는 후보가 달랐다. 김씨는 “고 의원은 한 번 했으니, 신선한 오 전 부시장이 낫다”고 했고 박씨는 “일도 해 본 사람이 잘한다”며 고 의원을 지지했다.

29일 고 의원의 거주지인 구의3동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80대 이영식씨는 “30년간 이 지역에 살았는데 추미애 의원 때부터 계획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다. 이번 선거에선 (민주당이)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화양동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원종원(35)씨는 “민주당 지지자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고 의원을 뽑을 계획”이라면서도 “누가 당선되든 이젠 그만 싸우고 경제 살리는 데 집중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소극적 지지자들도 있었다. 자양2동에서 만난 김설례(56)씨는 “의석수가 많은 민주당보단 국민의힘을 뽑을 생각이지만 누가 되든 잘할 거란 믿음이 없다”고 전했다. 자양골목시장 인근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민모 사장은 “고 의원은 맨날 TV에 나오긴 하는데 일을 잘하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면서도 “어차피 누가 되든 우리 같은 서민에겐 거기서 거기…”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가운데 고 의원의 ‘반이재명’ 행보가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심을 흔들고 있었다. 박영순씨는 “당 소속이면 어떻게든 뭉쳐서 잘해야지, 무턱대고 그냥 사퇴해버린 건 잘못했다”며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복귀해 당을 정상화하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화양제일시장에서 만난 호남 출신 민주당 지지자라는 윤모(48)씨는 “고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밀어줘서 당선된 사람”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잘했건, 잘못했건을 떠나서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은 더는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고 의원실 관계자는 “응원해주시는 의견이 절반, 질책하시는 의견이 절반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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