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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스마트카, 美 못오게 제재 추진…노조표 노린 바이든 초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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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전기차 돌핀 내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전기차 돌핀 내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전기차 등 중국산 '스마트 카'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없도록 제재 수준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1월 치를 대선을 앞두고 자동차 노조의 표심을 얻기 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강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력한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동차를 포함해 중국산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바이든 대통령이 '안보 위험'을 강조하며 중국산 자동차 옥죄기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에게 우려 국가의 기술을 사용한 '커넥티드 차량'을 조사하고, 위험에 대응할 조치를 취하라 지시했다"며 "우려 국가에서 온 자동차가 미국 도로에서 국가 안보를 위협하지 않도록 하는 전례 없는 조치"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우려국가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6개국이다. 이 중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능력이 있는 국가는 중국뿐이라 이번 조치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중국 내 운용하는 미국, 다른 나라 자동차에 제재를 가하는데 왜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은 미국에서 별다른 조치 없이 운용하는 걸 허용해야 하는가"며 되묻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커넥티드 차량은 무선 네트워크로 차량 내비게이션과 자율주행, 운전에 필요한 각종 보조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스마트 카'를 가리킨다. 현재 판매되는 신차 대부분이 이 커넥티드 차량에 해당한다. 미국 정부는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다는 특성 때문에 중국산 스마트카가 미국 시민과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감한 데이터를 무작위로 수집, 유출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노조 표심 제대로 챙기기 

이번 제재 조치가 전미자동차노조(UAW)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이 지난해 가을 UAW 파업 종료 후 자동차 업체들과 나눈 대화에서 이번 조치가 비롯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에 중국산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도록 강요받는 등 제약이 있다"며 "당국자들은 미국도 중국산 소프트웨어를 비슷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워렌에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 지역 사무소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회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워렌에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 지역 사무소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회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재선 승리를 위해 UAW의 지지가 목마른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 중 최초로 지난 1월 자동차 노조 파업에 동참하는 등 '친(親) 노조 대통령'을 자임하고 있다. 노조의 거센 반발에 지난달 전기차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내세운 '차량 배기가스 배출 제한 기준'까지 느슨하게 조정했던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중국산 스마트카 제재 조치까지 더해 제대로 표심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9월 14일(현지시간)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회를 찾아 제너럴모터스(GE)의 쉐보레 실버라도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9월 14일(현지시간)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회를 찾아 제너럴모터스(GE)의 쉐보레 실버라도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산 부품 쓰는 기업 연쇄 타격 미치나 

미 상무부는 60일간 산업계 의견을 듣고 위험 완화를 위한 각종 규제를 세부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구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다만 "중국산 스마트카 전면 금지는 아니고, 부품 수입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산 부품을 쓴 다른 나라 스마트카 역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사를 통해 중국산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는 차량에 대해서도 새 규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상무부는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최소화하도록 업계는 물론 미국의 동맹, 파트너 등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미국에서 사업하는 주요 자동차 회사를 대변하는 미국 자동차혁신연합은 상무부에 "미국 경제, 국가안보에 과도한 위험이 되는 거래는 규제하되 저위험 요소는 규제하지 않을 것"을 촉구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어 당장의 위협은 제한적이라는 게 미국 자동차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번 조사와 제재 조치 움직임에 류펑유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명백히 차별적인 접근 방식"이라며 "미국은 이 조사를 즉각 중단하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과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 등 정상적인 경제·무역활동에 장애물을 만들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조사와 별도로 중국산 자동차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멕시코를 통해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를 제한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27.5% 관세 때문에 미국에서 수입하는 중국산 자동차가 많지 않지만,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멕시코를 통해 대량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역시 멕시코에 공장을 지으려고 하고 있으며, 이를 미국 수출 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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