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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의 그늘…지난해 4분기 실질 근로·사업소득 동반 감소

중앙일보

입력

2024년 2월 29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시민들이 비행기에 타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뉴스1

2024년 2월 29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시민들이 비행기에 타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뉴스1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실질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소득계층별(5분위) 소비지출의 경우 하위 20%만 감소했다.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저소득층이 집중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연간지출 포함)’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2만400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9% 불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구체적으로 실질 근로소득(-1.9%)과 사업소득(-1.7%)이 2021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에 동반 하락했다. 소득보다 물가가 더 오른 탓이다. 정부는 실질 사업소득 감소와 관련해 “인건비·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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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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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283만3000원으로 5.1% 증가했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증가율은 1.6%다. 실질 지출 증가율은 6개 분기 연속 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고물가로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다.

소득 계층별로 소비지출을 살펴보면, 하위 20% 가구의 지출액은 128만3000원으로 1.6% 내려갔다. 반면 나머지 4개 분위 가구는 모두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경우 491만2000원으로 7.9% 늘었다. 또한 소득 하위 20% 가구는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제외한 흑자액이 -29만1000원을 기록하며 적자 살림을 보였다. 저소득층은 절약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생필품 등 소비지출 비중이 큰 상황에서 고물가 충격을 전면에서 맞은 모양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작년 주거·수도·광열 지출 역대급 ↑…엔데믹에 ‘경험소비’도 급증

전 계층의 가구당 소비지출을 지난해 연간으로 넓혀 보면, 월평균 279만2000원으로 전년대비 5.8% 증가했다. 실질 상승률은 2.1%다. 특히 주거·수도·광열 지출이 역대급으로 증가한 게 돋보인다.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33만원으로 9.2% 불었다. 현행 조사방법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조사방법을 고려하지 않으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전기·도시가스 등 주거용 연료비(16.1%), 월세 등 실제주거비(8.6%)가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경험소비’에 대한 지출이 많이 증가한 것도 특징이다. 경험소비란,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다. 오락·문화 지출이 20만1000원으로 18.9% 올라갔다. 12대(大) 비목 중 가장 큰 증가율이다. 세부적으로 단체여행비가 4만9000원으로 192.8% 폭증한 영향이 주효했다. 단체여행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기 시작한 2022년에도 258.7% 증가했는데, 코로나19 ‘엔데믹(일상적 유행)’이 선언된 지난해에도 급증세가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지출액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18만원)을 넘어선 것이기도 하다. 여행과 관련 있는 음식·숙박 지출도 42만7000원으로 7.6% 불어났다.

반면 경험소비와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분야에 대해선 허리띠를 졸라맨 모양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주류·담배, 의류·신발, 가정용품·가사서비스, 통신의 경우 전부 실질증감률이 ‘마이너스’를 보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다른 소비는 줄여도 여행 등 경험소비를 즐기려고 하는 트렌드에 따라 소비 품목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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