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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시다 '마지막 카드'...현직 총리로는 처음 국회 윤리심사회 참석

중앙일보

입력

“자민당 비자금 문제가 발생한 데는 ‘정치란 특별한 것이다’라는 정치인들의 특권 의식도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특권 의식을 없애기 위한 제도 개혁에 나서겠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29일 일본 중의원(하원) ‘정치윤리심사회(이하 정윤심)’에 출석해 자민당 파벌들의 비자금 스캔들에 대해 설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중의원 정윤심은 국회의원이 ‘행위 규범’을 현저하게 위반했다고 판단될 경우 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어떤 정치적 책임을 지울지 심사하는 자리다. 일본 현직 총리가 정윤심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일본 중의원 정치윤리심사회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9일 일본 중의원 정치윤리심사회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정윤심에서 기시다 총리는 먼저 “국민들에게 큰 근심을 안기고 정치 불신을 초래한 데 대해 당 대표로서 마음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가 일어난 데는 당선 횟수 우선주의와 ‘흐르는 분위기에 맡긴다’는 자민당 내의 오랜 풍토, 정치인들의 특권 의식 등이 작용했다고 설명하면서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내부 통제) 확립을 위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개혁의 일환으로 ①정치인 본인이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 ②외부 감사 도입 ③디지털화를 통한 정치자금의 투명화 등을 내용으로 한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을 이번 회기 내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위기 타개 위한 카드”

기시다 총리의 정윤심 출석은 일본 내에서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정윤심이 만들어진 것은 1985년으로 ‘록히드 사건’으로 불리는 거대 뇌물 스캔들이 발생한 후였다. 정치인이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심사위원의 3분의 1 이상이 제기하고 출석위원의 과반수가 찬성한 경우, 또는 부당한 의혹을 받았다고 하는 의원 본인이 신청한 경우 심사회가 열린다.

당사자의 설명을 들은 후 참석 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해당 의원에게 일정 기간의 등원 자숙이나 국회 간부 사임 등을 권고할 수 있다. 하지만 ‘의원 사직 권고’ 등은 할 수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여겨져 왔다. 심지어 심사 대상 의원이 출석을 거부할 수 있고, ‘비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이번 정윤심 개최는 야당의 요구가 이어지자 기시다 총리가 직접 요청했고 언론 공개, 생방송까지 모두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니혼테레비 등 일본 언론들은 비자금 문제로 계속해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국민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하고 쇄신 의지를 보여 정치적 신뢰를 되찾겠다는 시도다.

자민당 비자금 문제는 자민당 내 각 파벌이 정치자금을 모으기 위한 파티를 개최하면서 모인 돈의 일부를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의원들의 비자금으로 돌려준 사건이다. 이 의혹으로 파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며 아베파와 니카이파는 해산을 결정했다. 하지만 실태가 밝혀졌음에도 관련 의원들이 모두 입건을 피하는 처벌받지 않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최근 10%대까지 하락하며 각 언론사 조사에서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정윤심에는 기시다 총리에 이어 니카이파 소속이던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전 총무상이 출석했다. 3월 1일에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아베파 의원 중 시오노야 류(塩谷立) 전 문부과학상,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전 경제산업상,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관방장관, 다카기 쓰요시(高木毅) 전 국회대책위원장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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