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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달 법인세 2000억 덜 걷혔다…올해도 '세수 펑크' 경고등

중앙일보

입력

새해 첫 달 법인세가 1년 전보다 약 2000억원 덜 걷혔다. 다른 세수(국세 수입)는 선방했지만, 올해도 세수 상황판에 경고득이 깜빡거린다.

기획재정부가 29일 발표한 ‘1월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 걷힌 세금은 4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3조원(7.1%) 늘었다. 국세 수입은 지난해 10월 증가한 뒤 11월·12월 잇따라 감소하다 3개월 만에 증가했다. 올해 국세 수입 예산(367조3000억원) 대비 세수 진도율은 12.5%다. 최근 5년 평균과 비슷하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겉으로 보면 ‘세수 펑크’ 상황에서 선방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규모 세수 부족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base effect)가 작용한 영향이다. 지난해 1월엔 국세 수입이 2022년 1월 대비 6조8000억원 줄어 1월 기준 역대 최대 폭 감소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3대 세목(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중 법인세만 줄어든 점이 우려된다. 구체적으로 소득세(6000억원), 부가세(2조3000억원)는 물론 증권거래세(1000억원), 상속·증여세(2000억원)가 1년 전보다 고루 늘었다. 유독 법인세만 같은 기간 2000억원 줄었다.

윤수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9월 결산법인 환급액을 반영한 영향으로 법인세 수입이 줄었지만,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연간 법인세가 1년 전보다 3.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대비 1월 법인세 비중이 작기 때문에 법인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인세 감소는 세수 펑크의 핵심 변수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세수 감소분(56조4000억원)에서 법인세 감소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달했다. 올해도 전망이 잔뜩 흐리다. 지난해 국내 대표기업 실적이 부진해서다.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84.8% 급감했다. 법인세는 전년도 기업실적을 바탕으로 걷힌다.

정부는 세수 펑크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말연시 잇달아 감세(減稅) 정책을 발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주식양도세 완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등 증시 대책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상속세 개편 논의까지 돌출했다.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각종 감세 공약까지 쏟아지는 상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연말 발간한 ‘2024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세수가 전망 대비 6조원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세수가 부족한 건 예상보다 자산시장과 기업 이익이 줄었기 때문이지 감세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금을 깎아주면 소비·투자가 늘어 궁극적으로 세수가 증가한다”는 낙수(落水) 효과에 대한 논란도 나온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기업·개인이 감세로 혜택을 봤다고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평균 실질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1.9% 뒷걸음쳤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이나 예산으로 편성했지만 쓰지 않는 불용(不用) 등 재정 ‘다이어트’로는 세수 부족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누더기 비과세·감면 제도를 손질하고 에너지 요금 동결, 포퓰리즘 감세를 자제하는 등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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