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공의 떠난지 열흘…환자단체 "제발 우리 지켜주세요" 호소

중앙일보

입력

“부디 병원으로, 여러분 자리로 복귀해주십시오. 누구보다 여러분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눈물을 외면하지 말고 떨리는 두손을 잡아주십시오.”

백민환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회장의 '어느 환우회장의 편지'. 사진 백민환 회장

백민환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회장의 '어느 환우회장의 편지'. 사진 백민환 회장

백민환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회장이 전공의들의 복귀를 호소하는 편지를 28일 중앙일보에 보내왔다. 6개 환우회가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의 입장을 담았다. 900자 분량의 편지에서 백 회장은 “하루하루 생명 끈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환자들에게 지금 사태는 꺼져가는 촛불과 같다”면서 “이제는 전공의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올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생사의 갈림길에서 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은 전공의 선생님들의 가족, 친척, 친구일 수도 있다”면서 “환자들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병원뿐이다. 수술실의 주인은 바로 여러분 전공의 선생님들”이라고 복귀를 당부했다. 대치 국면에 있는 정부와 전공의를 향해서는 “강 대 강으로 대립하지 말아달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호소했다.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에 따르면 전공의 공백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이 밀린 피해 사례가 10여건 이상 접수됐다고 한다. 지난 19일부터 27일 오후 6시까지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수술 지연 228건 ▶진료 취소 31건 등 총 304건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으로 29일을 제시한 상태다.

환자단체 호소 “이제는 돌아와 달라”

허진희 한국류마티스관절염 환우회 회장은 “환자들은 정맥주사를 월 1회 2시간씩 제때 맞아야 하는데 진료 예약 날짜가 다가올수록 취소될까봐 불안한 환자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전공의들을 향해 “제발 돌아와 달라. 우리를 지켜달라”고 간청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환자들이 (진료 지연 여부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병원에 계속 문의를 하고 있는데 병원 연결이 잘 안 돼 굉장히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환자와 그 가족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국민이나 의사가 느끼는 이성적인 수준을 뛰어넘는다”라며 “의사와 환자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배를 탄 동반자다. 전공의들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 사진 유튜브 캡처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 사진 유튜브 캡처

앞서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폐암 환우 TV’에 영상을 올리고 “의사는 어떠한 이유로도 환자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폐암이 온몸에 번져 치료를 멈추고 호스피스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모든 의료 정책은 환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면서도 전공의 등 의료계를 향해 “부족한 사회에 대한 관용을 보여달라. 환자들은 삶의 막바지에서 간절하게 치료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등 9개 환우회가 연합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0일 복지부에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중증·응급 환자 피해 최소화 조치 촉구 관련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적기에 수술이나 항암 치료 등을 받는 게 중요한 중증환자와 응급 수술·처치가 필요한 응급환자에게 생명에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와 가족의 심리적 불안감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