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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현실’…저출산 쇼크 겨눌 ‘3개의 화살’ 임계점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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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예고된 미래가 아니라 성큼 다가온 현실이란 점을 통계(2023년 합계 출산율 0.72명)로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은 2.1명. 이젠 새로운 인구 '3분의 1'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율은 2015년(1.24명) 이래 8년째 하락세다. ‘역대 최저’를 매년 갱신했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는 43만8000명에서 23만명으로 반 토막 났다. 저출산이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상당 기간 진행한 만큼 앞으로 최소 수십년간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란 얘기다.

매월, 매년 발표할 때마다 추락하는 출산율 생중계에 일희일비할 때도 지났다. ‘저점’이 언제냐의 문제일 뿐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출산율은 2025년 0.65명까지 추락한 뒤 2030년 0.82명, 2040년 1.05명, 2050년 1.08명으로 다소 오를 전망이다.

통계청 전망대로 출산율이 1명대로 반등하더라도 현재 5175만명인 인구가 50년 뒤 3600만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48%로 뛴다. 기존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티핑 포인트(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저출산 추세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선진국 어디서나 현재 진행형”이라며 “학교 폐교, 군대 감축, 노인 부양 부담 급증 등 저출산 후폭풍에 따른 ‘디스토피아’를 두고 집단 무기력증에 빠질 때가 아니라 이미 바뀐 현실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큰 틀에서 저출산 대책에 ‘3개의 화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기존 저출산 추세를 뒤집기 위한 대책에서 저출산 추세에 대한 적응으로 발상의 전환이다. 그동안 대책이 ‘출산율 반등’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반등에 쏟는 노력만큼이나 ‘연착륙’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주요 선진국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한 슈링코노믹스(Shrink+Economics·축소경제) 시대 적응에 한창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매년 수조~수십조원의 예산을 (가능성도 낮은) 10년 뒤 출생아 5만명을 늘리는 데 쓰는 것과, 일하는 인구가 줄어도 사회의 지속성을 담보하고 쪼그라든 내수를 메우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쓰는 것 중 어느 쪽이 자원 배분에서 더 효율적인지 냉정하게 따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대책’이란 명패부터 떼는 실험도 필요하다. 대책의 시야를 교육·복지·주거·노동 등 전방위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주거·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부동산, 대학 입시 대책 ▶줄어든 노동력을 메우고 생산성을 끌어 올리기 위한 정년 연장과 노동 개혁 ▶노인 부양 부담을 줄이기 위한 연금 개혁 등 논의를 저출산 대책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높은 집값, 과열한 사교육 등 저출산과 얽힌 ‘고차 방정식’을 두고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올리더라도 한계가 있다”며 “예를 들어 산업 구조조정 청사진에 따라 다양한 숙련도의 외국인 노동자를 다양한 직종에 수혈하는 식으로 대책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계청장을 지낸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도 "(출산율을 올리는) 저출생 대책이 성공한다고 해도 효과는 적어도 20년 후에 나타난다"며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OECD 하위권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고용 연장 등을 통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폭을 줄이며 ▶검증된 외국 인력을 신속히 채용할 수 있게끔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펼칠 것 등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현행 저출산 대책의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 앞서 저출산 문제를 겪은 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선 저출산 문제를 국가 과제로 삼아 컨트롤 타워가 키를 잡고 조정하는 식이다. 한국도 육아휴직, 유연근무, 돌봄지원, 기업문화 등 일·가정 양립을 과제를 저출산위가 풀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이름난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저출산위 부위원장(장관급)으로 위촉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고 인구부 신설 논의까지 쏟아내는 상황이다. 과거 저출산위에서 활동한 한 전문가는 “저출산위가 ‘옥상옥’식 큰 정부가 되지 않도록 경계하되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부터 단기·중장기로 나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민간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부영그룹이 최근 출산한 직원에게 지급한 출산장려금 1억원의 과세 문제가 사회 이슈화한 영향이다. 기업과 개인의 세금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지원금을 5년으로 나눠 근로소득에 포함하는 분할과세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인별 소득공제, 자녀 세액공제를 늘리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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