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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의 ‘현역불패’ 야의 ‘친명독주’, 이대론 민심 못 얻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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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감동 없다는 건 억까” 이재명 “시스템 공천”

민심 요구는 대결 정치 청산, 새 정치 비전 제시해야

거대 양당의 4·10 총선 공천 과정을 보고 있자면 양쪽 모두 민의를 제대로 파악하고나 있는지 적잖은 의문이 든다. 국민의힘은 공천 신청자가 있는 지역구 242곳 가운데 190여 곳의 심사를 마무리했다. 그중 상당수에서 현역 의원을 포함해 110여 명이 단수·우선 공천을 받았다. 지금껏 탈락한 현역은 단 한 명도 없다. 그제는 충청권 의원 5명이 경선에서 모두 승리했고, 어제는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던 권성동 의원이 단수공천을 거머쥐었다.

기득권에 유리한 경선 규정을 문제 삼는 볼멘소리는 있지만, 현역의 반발이라는 큰 잡음도 없다. 공천 갈등으로 소란스러운 야당과 대비되다 보니 지지율 상승이라는 반사이익도 쏠쏠하다. 그러나 잡음이 없다는 건 그만큼 세대 교체도, 혁신도, 감동도 없다는 얘기다. 혁신은 진통을 감수하는 과정이기에 그렇다. 그렇다고 야당의 내홍은 불공정과 사천 논란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지, 혁신에 따른 홍역으로 보기 어렵다.

이 와중에 단수공천을 받은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이 “국민의힘이 150~160석도 가능하다”(25일, MBN)고 답한 건 반사이익에 취해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말로 매우 부적절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근거 없는 전망을 삼가라”고 일침을 놓으면서도 ‘무감동 공천’ 비판에 대해선 ‘억까’(억지 비난의 속어)라고 반박했다. 섣부른 장밋빛 발언에 대한 경고는 적절했지만, ‘억까’라는 발상엔 동의하기 어렵다. 또 “잡음이 없다”고 자평한 건 여권의 쇄신을 원한 민심과도 거리가 멀다.

더불어민주당의 친명-비명 갈등은 더 심각하다. 경선 여론조사 불공정 의혹과 의원 평가 ‘하위 20%’ 반발 등이 맞물리면서 잇따른 탈당과 당무 거부로 번지고 있다. 공관위가 발표해 온 현역 단수공천자 51명의 대다수는 친명계다. 비명계 설훈 의원은 “말이 경선이지 소위 자객공천을 당하고 있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홍익표 원내대표의 반대에도 친명계 김우영 도당위원장의 경선은 강행으로 결정났다. 친명계 원외조직 더민주혁신회의는 “원내대표가 부적절하게 공천에 개입한다”고 외려 공격했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는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고 일축한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공천 문제는 내홍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는 뇌관으로 꼽힌다.

유권자의 요구는 대결적 정치 구조의 변화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총선이 끝나도 변할 것은 없어 보인다. 여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용 사천이라고,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결 시 이탈표를 우려한 사천이라고 서로 헐뜯기 바쁘다. 민심은 똑바로 지켜보고 있다. 어느 쪽이 비전과 청사진으로 새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줄지에 따라 40여 일 뒤 표심이 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