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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시중의 유행어가 된 ‘비명횡사 친명횡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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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5일 중앙당사에서 21개 선거구에 대한 공천 후보자 심사 결과 발표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이날 단수공천을 받은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 친명계였다. [뉴스1]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5일 중앙당사에서 21개 선거구에 대한 공천 후보자 심사 결과 발표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이날 단수공천을 받은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 친명계였다. [뉴스1]

민주 의원평가에 ‘친명 조사업체’ 참여 논란

친명 현역 단수공천, 비명 현역은 경선 대세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최근 공정성 논란을 빚은 ‘리서치디엔에이’를 결국 향후 조사에서 빼기로 했다. 지난 21일 중앙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경선 여론조사 수행업체 선정이 끝난 뒤에 갑자기 추가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3년 성남시민 만족도 조사 용역을 맡았던 회사로 드러났다. 정필모 당 선관위원장이 갑자기 사퇴한 것도 이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보도를 본 정 위원장이 ‘리서치디엔에이’가 뒤늦게 조사업체로 추가된 배경을 알아보려 했으나 실무진이 답변을 얼버무렸다고 한다. 이에 좌절감을 느낀 정 위원장이 주변의 만류에도 위원장직을 던졌다고 한다. 당내 일각에선 친명 핵심 인사가 해당 업체를 밀어넣었다는 얘기가 나돌았으나 진상은 오리무중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십수 년 전에 성남시 여론조사를 한 번 한 게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항변했으나, 홍익표 원내대표조차 “논란이 될 업체는 제외하는 것이 맞다”고 요구하면서 결국 해당 업체는 빠지게 됐다. 그러나 이미 해당 업체가 현역 의원평가 등에 참여했기 때문에 엎질러진 물이다. 이래서야 비명계 의원들이 나중에 공천에 탈락할 경우 순순히 결과를 납득할 리가 없다. 벌써 단식 농성 중인 노웅래 의원이나, 탈당 후 이 대표에게 독설을 뿜는 이수진 의원 문제로 어수선하지 않은가.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와 당 원로들도 최근 공정한 공천을 촉구하고 나선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어제 민주당의 7차 공천 발표에선 단수 공천을 받은 현역 의원 17명 중 15명이 친명계로 분류됐다. 반면에 경선에 붙여진 4명의 현역 의원들은 전부 비명계였는데, 죄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과 양자대결을 벌여야 할 처지다. 특히 박영순(대전 대덕) 의원은 현역 하위 평가 10%에, 송갑석(광주 서갑) 의원은 하위 20%에 들어 경선 득표의 30%, 20%를 각각 감산하는 페널티까지 받는다.

경선이 원칙인 호남에서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이 단수 공천을 받은 이유에 대해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특별당규에 따르면 상대 후보와 격차가 심각하게 나면 단수로 선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목포·여수 MBC가 1월 29~30일 해당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 의원 30%, 박노원 민주당 부대변인 27%, 이석형 전 함평군수 24%로 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전이었다. 이 의원이 압도적 우위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당 정책위의장에 기용한 인사여서 단수 공천엔 ‘이재명 프리미엄’이 작용했다는 뒷말까지 나온다. 이 대표는 요즘 시중에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이 왜 유행어가 됐는지 그 배경을 잘 되새겨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