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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현기 논설위원이 간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한 김관진 "난 대한민국이 있어 행복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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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현기 기자 중앙일보 도쿄 총국장 兼 순회특파원

특별사면 김관진 전 국방장관의 심경 토로

국가 헌신이란 군인의 마음가짐 싹 부정되는 게 힘들었다
군 체계 혁명 가져올 AI 기반의 과학 강군 육성 이뤄내겠다
북한, 총선 전 '전쟁이냐 평화냐' 남남갈등 도발 가능성 짙어
박근혜 회고록은 진실을 말해...억울하게 옥살이했다 생각

김현기 논설위원

김현기 논설위원

"저런 눈뜬 소경들에게 안보를 맡기고 막대한 혈세를 섬겨 바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참 불쌍하다. 차라리 청각, 후각이 발달한 개에게 안보를 맡기는 것이 열 배는 더 낫다." 얼마 전 북한군 포사격 직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에 내놓은 원색적 비난 속에 '개'가 등장한 걸 들으며 새삼 떠올린 인물이 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74).

김관진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관진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2013년 북한 대남선전 매체는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가면을 쓴 인형을 등장시켰다. 그리곤 북한 군견들이 으르렁거리며 달려들어 무자비하게 물어뜯게 했다. 이처럼 북한은 눈엣가시를 제거하는 해결사로 '개'를 등장시키곤 했다. 북한이 얼마나 김관진을 무서워하고 껄끄러워했는지 알 수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2013년 공개한 김관진 당시 국방부장관을 겨냥하고 실시한 훈련 모습. [사진 우리민족끼리]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2013년 공개한 김관진 당시 국방부장관을 겨냥하고 실시한 훈련 모습. [사진 우리민족끼리]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북한의 도발은 끊이질 않는다. 최근 한 달 사이 다섯번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다. 서해 5도에선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선 북한제 무기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북한이 가장 두려워했던 김관진 전 장관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궁금했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무려 6년 8개월 동안 무자비할 정도의 수사와 재판을 겪으면서 느낀 소회를 듣고 싶었다.

김 전 장관은 공직 재임 중에도 그랬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 거의 응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6일 특별사면 후에는 인터뷰와 강연 요청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쇄도하지만 사양하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5월부터 (부위원장을) 맡은 국방혁신위원회 일이 너무 많고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찾아간 그의 사무실에는 이순진 국방혁신위 특별자문위원(69·전 합참의장)도 있었다, 투철한 애국심과 강한 리더십으로 '작은 거인'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화제는 AI(인공지능) 기술부터 드론에 이르기까지 넓고 깊었다. 김 전 장관은 장관 재임 중 '이 시간 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를 늘 고민하며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기 위해 집무실에 김정은과 북한군 수뇌부의 사진을 걸어두었다고 한다. 대신 이제 그의 사무실 벽에는 '국방혁신으로 과학기술 강군 육성'이란 휘호가 걸려 있었다. 세월이 지나도 영원한 군인이란 느낌이 들었다.

AI를 군의 정보참모 겸 작전참모로 

추진 중인 '국방혁신 4.0'의 핵심 과제는 AI를 기반으로 한 과학 강군 육성이라는데, 쉽게 예를 들자면.

쉽게 말해 드론 로봇 군대를 만들고, 최전선에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거나 혹은 선제타격을 가할 때 AI가 어떤 탄약으로 어디에 어느 사거리의 탄약을 어느 정도 쏟아부으면 될지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말하자면, 정보참모와 작전참모의 역할을 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택시를 부르는 앱이라 생각하면 된다. 삼각지에서 상암동을 간다고 하면 먼저 앱을 열고 목적지 입력을 하면 주변에 있는 택시 중 가장 가까이 있는 적합한 택시가 매칭되고 자동결제가 이뤄지지 않느냐. 마찬가지로 적이 식별되면 아군의 대전차 미사일이나 드론의 위치를 실시간 체크해 바로 연결해 준다. 이 결정까지 기존 20분 걸리던 게 1분으로 단축된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군 체계가 완전히 달라지는 혁명이 이뤄진다.

금방 현실화될 수 있나. 그렇다면 북한군의 AI 수준은 어는 정도인가.
예전부터 과학기술강군 구호는 있었지만, 현재처럼 실질적으로 국방혁신을 추진한 적은 없었다. AI기반 과학기술강군 육성은 한 번에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계화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는 기반체계 구축과 각 군 시범부대를 운용중에 있다. 참고로 작년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실시한 아미타이거여단의 전투 모의실험 결과, 기존 부대보다 훨씬 더 강한 부대가 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북한군은 아직 드론을 제외하곤 현실적으로 AI를 활용할 여건은 안 된다고 본다. 다만 AI-드론-로봇이 결합하려면 인공위성이 필요한데 북한도 지난해 인공위성을 최초로 발사하면서 감시정찰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이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방혁신위원회 3차 회의에 입장하며 김관진 국방혁신위 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이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방혁신위원회 3차 회의에 입장하며 김관진 국방혁신위 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혁신위 부위원장을 맡기면서 특별히 당부한 부분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국방혁신을 획기적으로 강화해달라, 그리고 4차 혁명의 시기에 부합하는 새로운 전쟁의 양상에 대비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소프트웨어가 6개월에서 1년이면 계속 업데이트되는 시대다. 군사무기체계가 우리의 경우 평균 14년이 걸리는데 이를 절반인 7년 안에 완성될 수 있도록 국방획득체계를 획기적으로 혁신해달라고 말씀하셨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 윤 대통령처럼 국방혁신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고 선두에서 이끌어가는 분은 없었다.    
군의 첨단화도 좋지만, 군의 사기와 마음가짐도 문제 아닌가. 
맞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싸우겠다는, 승리하겠다는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수가 있겠어?" '우린 한미동맹이 있잖아'라 안심해버리면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은 무기력해진다. 그래서 군은 전투력 향상에 매진해야 한다. 드론과 AI가 있어도 그런 정신적 부분이 없으면 이기기 힘들다.
인구절벽 위기에 따른 병력 부족 현상도 국방혁신위 구성의 한 원인이 됐다. 그렇다면 저출산 고령화에 맞춰 실버 아미(55~75세의 재입대) 도입 혹은 모병제 구상은 어떤가. 
인구절벽 문제에 따른 여러 리스크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구체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50~60대들은 위기 대응 능력이 상당히 체계적이다. 다만 상명하복, 동원체계 등 문제점도 있다. 또 모병제를 채택한 국가 중 전투능력이 뛰어난 국가가 거의 없다고 본다.
 김관진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는 모습. 김현동 기자

김관진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는 모습. 김현동 기자

초급장교 복무여건 및 전술제대 지휘관(대대장~사단장)들의 지휘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임관 5년이 안 된 초급 간부들은 군 최전방 전력의 핵심이면서도 낮은 보수와 잦은 비상대기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다. 사관학교 생도들의 자퇴율도 증가하고 있고, 학군 사관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율도 급감하고 있다. 작년에 시간외근무수당 확대, 당직 근무비 인상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야전에서 전술제대 지휘관들이 전투임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복무여건을 개선하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다. 신성한 국가방위 임무를 수행하는 지휘관들에게 국가가 오직 개인의 희생만을 더 이상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휴일없이 항상 대기하는 긴장감과 병력관리의 어려움, 전투준비를 위한 예산 부족 등 지휘관만의 고충과 애로사항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국민적 관심과 정치권의 지원이 절실하다.

총선 앞두고 북한 도발 가능성 크다

북한의 도발이 진짜 전쟁할 생각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한국을 교란하려는 의도인지.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 중 가장 결정적인 건 지도자의 성격이다. 얼마나 조급한가, 공격적인가에 따라 다르다. 전쟁을 결심해버리면 끝나는 것이다. 북한의 경우 내부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어 도발을 통해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측면이 있다. 다만 문제는 그 도발에 대응하고 응징하고, 또 거기에 도발하는 과정에서 전면전으로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전쟁이라는 것은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어 강하게 도발하면 우리가 제대로 대응 못 할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응징하지 못한다면 북한의 도발은 한층 더 심각해질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선거를 앞두고 남남 분열을 노린 도발을 했는데.   
북한은 늘 선거에 개입해왔다. 뚜렷한 전략적 목적, 심리적 목적을 갖고 있다. 전쟁이냐 평화냐의 논리로 한국 내부의 갈등을 일으키려 했다. 이번 총선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북한은 우리가 도발 주체를 판단하여 즉각 대응하기 모호한 방법으로 도발할 것이다. 과거에는 북한이 도발하면 보수 정권에 더 유리했지만, 이제는 그런 도발을 통해 군의 국가안보 태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전쟁이냐 평화냐'의 프레임으로 남남갈등을 조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8월 22일 북한의 포격도발로 인한 대치상황과 관련해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우리측 대표인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대표인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통일부

지난 2015년 8월 22일 북한의 포격도발로 인한 대치상황과 관련해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우리측 대표인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대표인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통일부

서해5도가 매우 불안하다고들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해양국경선'이란 단어도 썼는데.  
북한은 전에부터 우리 북방한계선(NLL) 훨씬 남쪽으로 자기네들의 경계선을 주장해 왔다. 다만 해양국경선이란 단어를 쓴 건 처음인 것 같다. 우리는 서해5도 NLL을 1인치도 내줄 수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주장했던 NLL에서 1mm라도 더 북한군이 넘어오면 우리 군이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매우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
많은 군인들이 김 전 장관을 존경하고 따른다. 평소 '창을 베고 적을 기다린다'는 ‘침과대적(枕戈待敵)’의 자세를 부하들에게 강조했는데. 
올바른 국가관, 대적관, 그리고 필승 군인정신의 신념화가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준비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아무리 전력이 잘 갖춰져 있어도 이를 실 전투력으로 승화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도 군에 성원과 신뢰를 보내줬으면 한다. 얼마 전 시민들이 휴가 나온 장병에게 식사와 커피값을 대신 내줬다는 기사를 봤다. 사실 군은 사기를 먹고 자라는 집단이다. 고개 숙인 군은 적과 싸워 이길 수 없다. 국민이 보내는 작은 응원이 초급간부를 비롯한 군 장병들에겐 기쁨과 자부심이 된다. 당연히 군은 확고한 국가방위로 이에 보답해야 한다.
지난 2010년 김관진 신임 국방부장관이 연평도를 방문, 북한 포격으로 불에 탄 민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0년 김관진 신임 국방부장관이 연평도를 방문, 북한 포격으로 불에 탄 민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유독 '김관진 공격'에 혈안이었다. 군견이 '김관진 인형'을 물어뜯는 사진도 공개했는데 당시 어떤 느낌이었나. 
북한에선 그렇게 하면 내가 굴복할 거로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난 그 모습이 방영된 이후 더 강해졌다. 더 굽히지 않고 더 세게 북한을 압박했다. 그즈음 해병대 사령관이 내게 와서 북한 전단에 5적인가 6적인가가 나오는데, 거기에 나뿐 아니라 자기도 포함됐다며 아주 자랑스럽다고 하더라. 그게 바로 우리 군의 정신이다. 내가 북한의 테러 타깃이 돼 기자들에게 '내 옆으로는 오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북한군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얼굴 사진을 놓고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우리민족끼리]

북한군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얼굴 사진을 놓고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우리민족끼리]

짜맞추고 몰아간 수사, 진실·진심을 왜곡 

문재인 정부 들어서자마자 시작된 수사와 재판이 무려 6년 8개월 걸렸다. 전체 혐의 7가지 중 5가지(차기 전투기 기종 결정, 제주 해군기지 정치중립 위반, 계엄령 문건, 세월호 유족 사찰, 사드 추가반입 보고 위반)가 수사단계에서 무혐의 처분되고 세월호 조작 혐의도 무죄가 났다. 그리고 사이버 사령부 군 댓글 사건만 구속, 적부심 석방, 재영장 청구, 기각, 파기환송, 상고 포기 등을 거쳐 지난 6일 특별사면됐다. 이 긴 세월 동안 무엇이 가장 억울했는가.
사실 이건 북한의 사이버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댓글을 통해 사이버 심리전을 한 것이다. 그게 정치에 관여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안 듣더라. 이미 정치적으로 목표와 결론을 정해놓고 짜 맞춰 몰아갔다. 원래 군인은 다시 태어나도 제복을 입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법인데, 그게 싹 부정되는 것이 안타깝고 힘들었다. 진실과 진심이 왜곡됐다.
2018년 이후 출석한 재판만 50차례 가까이 된다. 그 힘든 세월을 지탱하게 한 힘은 무엇이었나.
우국충정의 마음 하나다. 난 군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역시 날 평가하고 응원해주는 군 선후배, 국민으로부터의 편지와 메시지가 큰 힘이 됐다. 그들의 격려와 응원의 편지를 읽으면서 6년 8개월을 참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난 2019년 11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11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7월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 때 최후 진술이 인상적이었다. "난 육사 입교 이래 46년간 나라를 지키는 일에 몰두했다. 강한 군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를 만들고자 노력했고 지킬 수 있는 나라가 있어 행복했으며 발전하고 있는 조국 대한민국에 있어서 큰 보람이 있었다. 뜻하지 않게 정치 관여라는 죄목으로 피고인이 돼 오로지 적과 싸워 이기는 군인다운 군인이 되고자 했던 나의 삶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피해받는 후배들이 더는 나오지 않기 바란다." 어떤 기분에서 그랬나.
지금 읽은 그 내용 그대로의 기분이었다. (웃음). 책임은 내가 다 진다는 그런 생각이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초급장교 소위 때 전방 철책선에서 경계를 서고 있을 때 왔다 갔다 하던 토끼조차 북한에 넘어가지 않도록 애썼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 토끼가 북으로 갔으면 어떻게 됐겠는가. 나는 대한민국이 있어서, 대한민국에 있어서 행복했다.

박근혜 회고록은 진실을 말했다 

이달 초 대구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북 콘서트에 참석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내가 국가안보실장 할 때 곁에서 보면 굉장히 진솔한 분이고 애국심이 강한 분이었다. 사리사욕을 위해 뭘 한다는 것은 아예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철저한 분이었다. 참 억울하게 옥살이까지 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회고록은) 국민에게 정확한 것을 일깨워주기 위한 목적에서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5일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이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박근혜 회고록 출간기념 저자와의 대화'가 끝난 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이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박근혜 회고록 출간기념 저자와의 대화'가 끝난 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강은 어떤가.
허리가 좀 안 좋고 지병도 있지만, 국방혁신을 통해 강한 군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에 엔도르핀이 돈다. 보람과 즐거움을 갖고 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