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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한전, 작년 4분기 흑자지만 연간 적자…전기료 인상압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3년 12월 20일 서울 중구의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뉴스1

2023년 12월 20일 서울 중구의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뉴스1

빚더미에 시달리는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4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23일 한국전력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22조5186억원, 영업이익이 1조8843억원, 당기순이익이 1조325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에 이어 영업이익·당기순이익 흑자를 거둔 것이다.

2개 분기 연속 양호한 실적을 낸 건 우선 유가 등 연료 가격이 안정되면서 역마진 구조가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4월까지 마이너스를 나타냈던 월간 전력 ‘판매단가-구입단가’는 같은 해 5월부터 플러스로 전환했다. 지난해 11월엔 54.14원/㎾h로 한국전력이 경영난에 빠지기 시작한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2022년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전기료를 올리고 지난해 4분기 산업용만 추가로 인상한 것도 수익에 보탬이 됐다.

그러나 한국전력의 지난해 연간 기준 사업실적은 영업이익이 -4조5691억원, 당기순이익 -4조6569억원으로 모두 적자를 봤다. 2021년부터 3개년 연속 영업이익·당기순이익 적자 행진을 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상반기가 워낙 나빴던 탓이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의 심각한 재무상태표는 여전하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부채가204조628억원이고, 부채비율(부채총액/자기자본)이 560%를 넘는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산업부 장관 “올해도 전기료 인상 노력”…4분기 가능성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전기료를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지난해 2분기까지 전기요금을) 5번 올렸고, 계속 현실화하는 과정에 있다”며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할지의 문제인데 올해도 상황을 봐서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2일 보고서를 내고 “한국전력은 송·배전 시설 등에 대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정부의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추진 정책 등까지 고려하면 전기요금 현실화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올해 상반기까지는 인상 가능성이 거의 없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월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상반기 전기료 등 공공요금을 동결 기조로 가져가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는 4월 10일에는 국회의원 선거까지 있어 전기료를 올리기에는 정치적 부담 측면에서도 어려운 분위기다.

이르면 올해 4분기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보통 냉방 전력 수요가 커지는 3분기에는 정부가 국민 반발을 우려해 전기료 인상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올해 전기료를 올린다면 4분기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해 정부는 3분기를 제외하고 1·2·4분기 전기료를 올렸다. 2022년엔 3분기에도 전기료를 올렸지만, 다른 인상 분기(2·4분기)와 비교하면 인상률이 낮았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전기료 인상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전력의 사업실적이 2개 분기 연속 양호하게 나오고 올해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증권업계가 전망하면서 한국전력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19일(종가) 저점으로 1만7970원을 찍은 뒤 이달 20일 장중 2만3950원까지 올랐다. 한 달가량 만에 33% 넘게 상승한 것이다. 지난 19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사비로 회사 주식을 매입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점 역시 주가에 호재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입 시기나 규모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규모의 경우 공직자윤리법상 3000만원이 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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