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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한전 2년만에 최대 마진…최악 넘겼지만 안심 못한다 왜

중앙일보

입력

2023년 12월 20일 서울 중구의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한전은 누적적자 45조원이고 부채가 200조원을 넘는다. 부채비율은 564%에 달한다. 뉴스1

2023년 12월 20일 서울 중구의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한전은 누적적자 45조원이고 부채가 200조원을 넘는다. 부채비율은 564%에 달한다. 뉴스1

천문학적 빚더미에 시달리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한숨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력을 팔아 2년여 만에 최대 마진(단가 기준)을 손에 쥐면서다.

단가마진 54원…실질적 순마진 기준 22원의 2배 넘어

12일 한전이 발표한 ‘2023년 11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해당 월의 ‘전력 판매단가-구입단가’는 54.14원/kWh를 기록했다. 이는 한전이 경영난에 빠지기 시작한 2021년 이후 가장 큰 마진 규모다. 또한 한전은 설비투자ㆍ운영비 등 비용을 고려할 때 마진이 22원/kWh 이상 돼야 실질적인 순마진으로 해석한다. 이 기준과 비교하면 지난해 11월 수치는 2.4배다. 한전의 ‘전력 판매단가-구입단가’는 지난해 5월부터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실질적인 순마진을 나타낸 건 지난해 6월(31.15원/kWh)과 11월뿐이다. 12월 수치도 11월과 비슷하게 양호할 전망이다. 한전 관계자는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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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국전력은 역마진 등에 따라 2021년 2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누적적자 약 47조원)를 봤다. 지난해 3분기 2조원가량의 영업흑자를 봤지만, 누적적자 규모는 약 45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부채가 약 204조원, 부채비율이 564%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마진이 크게 개선된 건 전력 구입단가는 내려가고 판매단가는 올라간 덕분이다. 우선 전력 구입단가에 영향을 주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유류 등의 가격은 안정세를 나타냈다. 원유의 경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해 9월 배럴당 100달러까지 넘보다 7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판매단가의 경우 2022년 2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전기요금을 총 40.4원/kWh 올렸고, 지난해 4분기 산업용 전기요금만 추가로 10.6원/kWh 인상한 영향이 더해졌다.

한전은 자금경색 위기 국면에서도 잠시 숨통이 트였다. 지난해 12월 한국수력원자력 등 자회사 7곳으로부터 3조2000억원을 중간배당 받기로 의결되면서다. 한전은 또 최근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의 지분 65.77% 중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51%를 제외하고 14.77%(564만 5094주)를 주당 6만2000원에 총 3500억원가량을 받고 미래에셋증권 등이 만든 SPC(특수목적법인)에 매각했다.

유동성 확보로 한전채 발행 한도가 쪼그라드는 걸 막는 효과도 거뒀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르면 2027년까지 한전은 ‘자본금+적립금’의 5배 이내로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한전채 발행 잔액은 79조6000억원인데, 자회사 중간배당과 지분 매각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지 않았다면 한전채 발행 한도가 발행 잔액보다 낮아지면서 최악의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위험이 있었다.

안심 일러…11월 누적 단가마진 5.52원, 실질적 역마진 상태

한전이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난해 11월 전력판매 마진이 개선됐어도 그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마진은 5.52원/kWh로 실질적인 역마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추가로 점진적인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2022년 말 “2023년에 전기료가 51.6원/kWh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절반가량인 26원만 올리는 데 그쳤다. 물론 전기료를 더 올리지 않아도 구입단가가 지난해 11월 수준을 유지하면 역마진 문제가 점차 해소되겠지만, 원자재 가격 동향이 심상치 않다. 원유의 경우 안정화 흐름 가운데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 등 중동 리스크가 여전해 다시 급등할 위험을 안고 있다.

또한 한전은 정전을 막는 등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꾸준히 설비투자를 늘릴 계획이라 전기료 인상 압력은 더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1분기 전기료를 동결한 데 이어 지난 4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상반기 전기료 등 공공요금을 동결 기조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 추이나 국민부담 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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