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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불붙인 전문가 "1000명 늘린 뒤 10년 후 재평가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 사흘째인 22일 서울 시내의 한 공공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 사흘째인 22일 서울 시내의 한 공공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의 근거 자료를 제공한 연구책임자가 2025학년도 정원을 1000명 늘려 10년 유지한 뒤 재평가하자고 제안을 내놨다. 정부의 '2000명 증원 후 5년 유지' 정책과 차이가 있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16일 대한예방의학회 행사에서 이런 안을 발표했다. 신 교수는 2020년 1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재직 때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 보고서에서 2035년 의사가 9654~1만4631명 부족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의대 확대 논란에 불이 붙었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 그는 지난해 1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의대정원 1000명 증원을 주장했다. 장진영 기자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 그는 지난해 1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의대정원 1000명 증원을 주장했다. 장진영 기자

복지부는 신 교수의 추정치(9654명 부족)에다 서울대 의대 홍윤철 교수(예방의학)의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1만816명 부족), 한국개발연구원 권정현 연구위원 등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보고서(1만650명 부족)를 토대로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

신 교수는 보고서에서 의사 부족만 추계하고 증원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신 교수는 22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의대 증원을 소프트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정부가 2025~2029학년도에 2000명씩 5년 늘리고 5년 후 평가해서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는데, 5년은 너무 짧다. 5년 후에는 증원한 의사가 공급되지 않을 때다. 평가할 자료가 부족하다.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필수의료패키지의 정교한 전략을 짜서 실행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간을 두고 패키지를 시행한 후 달라진 환경을 모니터링하자는 취지이다. 부드럽게 연착륙하는 게 좋다고 본다.

신 교수 안대로 가면 2035년에 5000명의 의사가 늘어나고 2040년에 1만명을 채운다. 정부 목표보다 5년 늦어진다. 신 교수는 "10년 동안 (수도권 쏠림을 줄이도록) 의료전달체계와 수가제도를 바꾸고, 2035년 그런 걸 종합해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대로 가면 얘기치 않은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 타협 국면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학자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것이고, 정책 결정은 정부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윤철 교수는 보고서에서 의대 정원을 500~1000명 늘리면 수급 부족이 완화되고 일정 시점 이후 공급이 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서울은 앞으로 의사가 더 늘어나고 지방은 부족한데, 이런 문제를 둔 채 정원을 1500명까지 늘려도 의사 수는 여전히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 교수는 22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무난한 걸 꼽는다면 정원을 750명 늘리되 이를 비수도권 의대에만 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보고서에서 2024~2030년 매년 5~7% 누적식으로 정원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올해는 못 올렸기 때문에 2025~2031년 늘리자는 것인데, 만약 5%씩 늘리면 의대 정원이 3058명에서 2031년 4300명 정도로 늘어난다. 그리고 이를 당분간 유지하자는 것이다.

권 연구위원은 22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보고서와 다소 다르게 대안을 제시했다. 신영석 교수처럼 1000명 늘려 10년 유지하는 안이다. 권 박사는 "매년 5~7% 점진적으로 늘리는 게 이상적이긴 하나 초기 증원 기간에 의사 부족을 겪어야 하고, 매년 늘릴 때마다 어느 지역, 어느 학교에 배정할지를 두고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점진적 증원에서 '단번에 1000명' 안으로 제안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세 연구자의 제안과 관련,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22일 브리핑에서 "의사 확충 속도는 정책 판단 영역이다. 의사 양성 소요 기간, 필수의료 확충의 시급성, 급속한 고령화에 필요한 의료 수요 증대, 각계 의견 등을 고려해 시급히 2000명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의대 교육기간 6년, 전공의 수련기간 4~5년인 점을 고려할 때 2025년 의대 증원의 효과는 이르면 2031년, 늦으면 2036년 후에 나타난다. 750~1000명 수준을 늘리면 국민이 2045년까지 의사 부족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며 "1년이라도 먼저 증원 규모를 늘리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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