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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만료 3월이 분수령" 의사 단체행동, 전임의도 가세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공의 70% 이상인 9275명(21일 오후 10시 기준)이 사직서를 낸 가운데 전임의들마저 근무를 중단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증을 딴 뒤 병원에 남아 1,2년 세부 과정을 거치는 이들로 임상강사·펠로 등으로도 불린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말로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상당수 전임의가 병원과 재계약하지 않는 방식으로 떠나는 걸 고려하고 있다. 수도권 종합병원 내과 계열에서 일하는 전임의 A씨는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껴 전임의 중에서 이달 말까지 근무하고 쉬겠다는 이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정부의 강경 대응이 큰 자극이 되고 있으며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회의감이 퍼져 있다는 게 현장 얘기이다.

A씨는 “정부·언론에서 의사를 싸잡아 돈만 밝히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의사해서 뭐하나’란 생각이 든다”라며 “저연차 전공의들은 사태가 수습되어도 안 돌아오겠다는 이들이 있다”라고 전했다. 다른 전임의 B씨도 “의사들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있다. 더이상은 미래가 없단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82곳 병원의 전임의들은 지난 20일에도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았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 어린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의사가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2020년에도 전임의들이 파업에 뒤늦게 동참하면서 파장이 컸다. 당시엔 대정부 투쟁을 목적으로 대한전임의협의회란 단체가 꾸려졌었다. 그러나 현재는 계약 시점이 맞물린 만큼 자연스럽게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집단 행동에 동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시내 빅 5병원에 근무하는 다른 전임의는 “이런 상황에서 그만두면 교수님들이 모든 걸 떠안게 된다. 동료 18명의 전임의 모두 일단 함께 가겠다고 결론을 내렸다”라면서도 “계약 시점인 3월부터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고 했다.

의사 커뮤니티에도 4년 차 레지던트가 수련 기간이 끝나 합법적으로 나올 수 있으며 펠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3월이 분수령이 될 거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의사는 “펠로들이 다 나가고 신규 펠로들이 계약 안 하면서 3월 초 교수들이 힘들어지고 3월 초·중순이면 2차 병원, 그 이후 로컬(개원가)까지 완전히 마비될 것”이라고 적었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다만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펠로 연장 건은 파업이 아니어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1,2년 펠로 하고 나면 다른 전문병원 등에 채용되거나 돈을 많이 주는 지방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다. 펠로가 계약 연장을 안 한다고 해도 파업 때문인지 다른 데로 가려는 건지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병원에서 응급실과 중환자실, 병동 당직 업무 등을 대신해 의료 공백을 채우는 전임의마저 빠지면 의료체계가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많다. 특히 전임의 의존도가 높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 5 병원은 긴장 분위기다. 이들 병원에는 전임의들이 200~300명가량 있다. 전체 의료진의 10% 이상, 많게는 20%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한다. 빅 5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빠진 상황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전임의까지 빠지게 되면 수술뿐 아니라 외래 등 전반적으로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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