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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 20분 기다렸는데도 못 타 지각”…밤새 내린 눈에 출근길 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대 보낸 것까지 포함해 20분 가까이 기다렸는데 이번에도 못 타겠네요.”
22일 오전 8시10분쯤 서울 5·6호선 환승역인 공덕역 승강장에서 여의도 방향 5호선 열차를 기다리던 직장인 박모(41)씨는 “회사에 늦을 것 같다고 방금 연락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 뒤 승강장 전광판엔 다음 열차 도착시간을 알려주던 평소와 달리 “열차정보 확인 중”이라는 메시지만 떴다.

22일 오전 8시 18분 서울 지하철 5·6호선 공덕역 승강장에 출근길에 나선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강설로 인해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전광판엔 '도착정보를 확인 중'이라는 안내 메시지가 떴다. 이보람 기자

22일 오전 8시 18분 서울 지하철 5·6호선 공덕역 승강장에 출근길에 나선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강설로 인해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전광판엔 '도착정보를 확인 중'이라는 안내 메시지가 떴다. 이보람 기자

22일 서울 곳곳에 전날(21일) 적설량 13.8㎝의 큰 눈이 내리면서 시민들이 출근길 혼란을 겪었다. 평소 열차 집중배차 시간인 8시대 2~3분 간격으로 운행하던 열차가 10~15분 간격으로 운행하면서 5호선 환승역 승강장은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혼잡스러웠다. 8시 40분쯤 영등포구청역에서 2호선을 기다리던 회사원 이모(24)씨는 “평소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5호선을 타고 출근을 한다”며 “오늘은 지하철이 지연돼서인지 5호선 승강장에 사람이 꽉 차 조금 돌아가지만 2호선을 타러 왔는데, 2호선도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지하철이 지연된다는 소식에 아예 버스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도로에서도 쌓인 눈이 녹아 빙판길이 된 곳을 중심으로 교통 정체가 이어졌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TOPIS)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서울의 평균 차량 속도는 시속 21.1㎞, 도심부는 18.0㎞였다. 눈이 녹아 빙판길이 되면서 인왕산길과 와룡공원길, 북악산로 양방향 등 일부 시내도로 통제도 잇따랐다.

22일 오전 8시쯤 관악구의 한 언덕길에서 정모(74)씨가 제설 작업에 한창이다. 정씨는 ″경사가 있어 빙판길이 되면 위험한데 공무원이 신경 좀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22일 오전 8시쯤 관악구의 한 언덕길에서 정모(74)씨가 제설 작업에 한창이다. 정씨는 ″경사가 있어 빙판길이 되면 위험한데 공무원이 신경 좀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22일 오전 8시쯤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모(33)씨가 밤 사이 승용차에 쌓인 눈을 치우면서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이영근 기자

22일 오전 8시쯤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모(33)씨가 밤 사이 승용차에 쌓인 눈을 치우면서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이영근 기자

이면도로는 제설작업이 늦어지면서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쯤 관악구의 눈 쌓인 한 골목길에서는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등산화를 신은 시민들이 종종걸음으로 출근을 재촉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인근 언덕길에서 염화칼슘을 뿌리며 밀대로 눈을 치우던 정모(74)씨는 “경사가 있어 위험한데 골목이라고 공무원들이 코빼기도 안 보인다. 7시부터 제설작업 중”이라며 “나도 9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 승용차는 골목길 한복판 한 편의점 문 앞에 주차가 돼 있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 A씨는 “새벽 4시쯤 눈이 많이 와서 얕은 언덕인데도 차가 전진을 못하고 자꾸 뒤로 미끄러져 내리더라”며 “차주가 양해를 구해 임시로 주차를 해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이 쌓이면서 주택가 경사로에서 미끄러지는 차량을 몸으로 막던 3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금천경찰서에 따르면 B씨는 이날 오전 4시 5분쯤 금천구 독산동의 한 주택가 경사로 골목에 주차한 자신의 차가 내리막길을 따라 미끄러지자, 다른 차량과 부딪히는 것을 막으려다 차량에 깔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서울시는 제설대책을 2단계로 올리고 인력 8000여명과 제설장비 1000여대를 투입해 집중 대응하고 있다. 또 출근시간대 지하철 1~8호선과 시내버스 전 노선 집중배차 시간을 평소 대비 30분 연장한 9시30분까지 운영했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밤 사이 많은 눈이 내리면서 차가 미끄러지거나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19건 접수됐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인천교통공사는 이날 지하철 이용 승객 급증을 대비해 인천1호선은 상하선 각 1회, 인천2호선은 상하선 각 2회씩 임시열차를 추가 편성 운행키로 했다.

경기소방본부에 따르면 22일 오전 5시 31분쯤 양주의 한 도로에서 눈길에 트럭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진 경기소방본부

경기소방본부에 따르면 22일 오전 5시 31분쯤 양주의 한 도로에서 눈길에 트럭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진 경기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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