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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천’ 논란 들끓는데 의원총회에도 불참한 이재명 대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의원 15명 ‘밀실공천’ 의혹 추궁…대표는 안 보여

공관위에 전권 안 주면 민심 이탈 가속화 명약관화

어제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의원총회에 이재명 대표가 불참했다. 비명계 중진 의원들이 공천 평가에서 줄줄이 하위 20%를 받고, 비명 현역 의원만 쏙 뺀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살생부’인 양 돌아다니는 상황에서였다. 발언대에 선 의원 15명 대부분이 밀실·비선 공천 의혹을 제기하며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했다고 한다. 홍익표 원내대표조차 “지도부로서 책임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 대표는 보이지 않았다. 진심으로 문제를 풀어갈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장면이다.

지금 민주당에서 진행 중인 공천은 ‘비명횡사’ ‘친명횡재’란 시중의 비아냥이 과하지 않은 상황이다. 공천의 주체인 공천관리위원회는 제쳐놓고 이 대표와 측근들이 밀실에서 현역 의원 컷오프를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평가위원회로부터 의원들 점수·등수가 적힌 한 장(명단)만 받았다”고 털어놨다. 비명 의원들이 무슨 근거로 하위 10% 평가를 받았는지 알지 못한 채 발표자 역할만 하고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공관위는 현역 비명 의원은 빼고 친명 후보는 ‘영입 인재’로 포장해 돌린 ‘적합도 조사’가 당에서 진행된 사실도 몰랐거나, 관여하지 못한 정황도 드러났다.

반면에 이 대표는 그런 조사 결과를 들고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전직 의원에게 “형님이 꼴찌”라며 불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당 대표가 공관위원장을 이렇게 무력화한 전례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비서실 출신이나 대장동 재판 변호인 등 이른바 ‘찐명’들은 줄잡아 20명이 민주당 우세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러니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했던 이 대표의 말이 진심이었고, 총선 승리보다 ‘이재명 당’ 만들기가 최우선이란 비판이 힘을 얻는 것 아닌가.

민주당은 지난해 685억원의 정당 국고보조금(1위)을 세금으로 받아 운영하는 공당이고, 국회의원은 고위 공직자다. 공천이 당 대표가 주무르는 ‘사천’이 돼선 안 되는 이유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여야 합의로 정해야 할 총선의 룰을 혼자 정한 데 이어 의원 후보마저 마음대로 고르겠다는 의도가 명확해 보인다. 이런 독선과 오만에 민심은 빨간불을 켠 지 오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선다는 결과를 이 대표는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라도 공천에서 손을 떼고 공관위에 전권을 줘야 한다.

국민의힘도 영남 등 텃밭 공천에서 ‘친윤 낙하산’ 논란이 불거질 개연성이 없지 않다. 민주당을 교훈 삼아 시스템에 입각한 투명 공천에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