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람들아
정철(1536~1593)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스라
사람이 되어나서 옳지 곧 못하면
마소를 갓 고깔 씌워 밥 먹이나 다르랴
-경민편(警民編) 경술을축본
시인 정치인의 이중성
조선 선조 때의 권신 송강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나갔을 때 백성의 교화용으로 지은 시조 훈민가 16수 중의 한 편이다.
가사 관동별곡과 사미인곡 등 국문학사상 찬란한 명작들을 남긴 정철은 정치적으로는 정적들을 가혹하게 처단한 이중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정여립 옥사 때 1000명이 넘는 동인들을 고문하고 죽였다. 이를 기축옥사라 한다. 그 3년 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쓸만한 인물들을 많이 죽여버려 당장 나가 싸울 장수가 없었다 하니 참혹한 일이었다. 이는 왕권을 강화하려는 선조의 의도에 이용당한 점도 있지만 위관으로서 직접 심문한 그의 책임을 면할 길 없다.
백성에게는 옳은 일을 하라고 하면서 자신은 그 처참한 옥사를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그 정철도 세자 책봉 문제와 명나라에 사은사로 갔을 때의 문서가 거짓이었다는 정적들의 탄핵에 말려 유배로 길지 않은 삶을 끝냈으니 인과응보라고나 할까?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새삼 되돌아보는 선인의 행적이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