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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내주 방한, 尹·이재용과 만남 추진…AI 파트너 구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미국 워싱턴 캐피털홀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워싱턴 캐피털홀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로이터=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페이스북 운영사)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말 한국을 찾는다. 2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저커버그 측이 윤석열 대통령 접견 요청을 해와 일정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10년 만에 방한하는 저커버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만남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글로벌 테크 거물들은 ‘AI 파트너’를 찾아 세계를 순회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난달 방한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경영진과 AI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고 중동에선 왕족들에게 이를 위한 투자를 제안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주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 참석, 중동 정부 관계자들에게 자사의 AI 인프라를 홍보했다.

지난 12일 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발언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2일 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발언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연합뉴스

이들은 공통으로 ‘일반인공지능(AGI·인간 이상의 지능을 지닌 AI)’가 일상 혁명을 일으킬 거로 보는데 이를 위해서는 AI를 구동할 반도체와 슈퍼컴퓨터, 소비자용 기기가 필요하다. 한국은 이중 반도체와 소비자용 기기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드문 국가다. 잇달아 글로벌 테크 거물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다. 국내 AI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모델과 인프라, 소비자용 기기를 모두 갖춘 회사는 아직 없어서, 투자·제조 등에서 협력 시도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AI로 판 뒤집기', 필요한 건?

저커버그는 지난달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AGI가 구축되고 널리 이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간 메타는 호시탐탐 'AI 판 뒤집기'를 노려왔다.

오픈AI는 AI 핵심 기술을 공개하지 않지만, 메타는 자체 개발한 AI 기반 언어모델인 라마(LLaMA)를 오픈소스로 풀어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알파카·비큐나 같은 라마 기반의 소형 AI 모델이 쏟아져 나왔다. 오픈AI에 대항하는 ‘오픈소스 연합군’이 형성된 셈이다.

 지난해 9월 미국 먼로파크에서 연 메타 컨퍼런스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의 새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미국 먼로파크에서 연 메타 컨퍼런스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의 새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고민은 역시 인프라와 기기다. 저커버그는 “올해 안에 엔비디아 H100(최신 GPU) 35만개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 “AI와 메타버스를 함께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기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 중 '저커버그-이재용 회담'이 이뤄진다면 AI 반도체 협력, AI용 기기 등이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메타는 가상현실(VR) 전용기기 퀘스트를 계속 출시하고 있고 2021년부터는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 스마트 안경도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에 이어 VR 기기도 ‘나 홀로’인 애플과는 다른 행보다. 삼성전자 역시 구글과 소프트웨어 협력을 할 만큼 외부 협업에 열려 있다.

'AI 파트너'도 필요하다. 그간 미국 테크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력이나 제조 역량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최근 각국의 독과점 규제 강화로 M&A가 녹록지 않다. 예컨대 최근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미국·영국·유럽 규제 당국에 막해 무산됐다. 결국 기술적 협력은 물론 대규모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삼성 손잡고 ‘타도 애플’

더구나 저커버그는 이 회장과 이미 친분이 형성됐다. 지난 2013~2014년 저커버그과 이 회장은 여러 차례 장시간 면담을 했고 이후 양사가 합작해 ‘기어VR’을 출시했다. 2016년엔 '갤럭시S7' 언팩 무대에 저커버그가 직접 등장해 기어 VR 기능을 소개하기도 했다.

애플의 증강현실(AR) 헤드셋 기기 ‘비전프로’. AP=연합뉴스

애플의 증강현실(AR) 헤드셋 기기 ‘비전프로’. AP=연합뉴스

‘타도 애플’이라는 공감대도 있다. 지난 2021년 메타는 애플이 맞춤 광고에 이용자 정보 사용을 제한하는 '앱 추적 투명성 정책'(ATT)을 도입하면서 매출이 급락했다. 회사 매출의 98%가 광고인 만큼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메타와 애플이 페이스북 ios 앱을 통한 수익 분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시기다.

애플의 정책에 치명상을 입은 메타는 매출 역성장을 겪다가, AI 기술을 페이스북 광고에 활용하며 지난해 화려하게 재기했다. 메타의 지난해 4분기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41%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꺾어야 할 경쟁자이자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데 메타 역시 속이 끓고 있을 것”이라며 “두 기업은 이미 협업 경험이 있고 여러 가지 정황상 손을 맞잡는 것이 서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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