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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그린벨트 20년 만에 완화…여의도 837배 '금단의 땅' 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20년 만에 대대적으로 해제된다. 부산·울산·창원·대구·광주·대전 등 6개 지방 광역시 주변 그린벨트 2428㎢(여의도 면적 837배)가 규제 완화 대상이다. 기업이 산업단지, 물류단지 등 공장이나 주택을 많이 지을 수 있도록 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울산에서 열린 열세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그린벨트 해제의 결정적 장애였던 획일적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할 것”이라며 “지역에 필요한 투자가 일어날 수 있게 규제를 혁신해 새로운 산업 입지 공간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열세번째, 대한민국 국가대표 산업 허브 울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울산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열세번째, 대한민국 국가대표 산업 허브 울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그린벨트 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5월 이후 8년 9개월 만이며, 7개 중소도시권(춘천·청주·전주·여수·제주·진주·통영권)의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했던 2001~2003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지방권 개선안이다. 현재 전국 그린벨트(3793㎢)의 약 64%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 그동안 “그린벨트 규제로 도시 주변 대규모 산업용지 확보가 어렵다”며 “그린벨트를 해제해 달라”는 목소리가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다만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수도권은 과밀 문제가 있어 별도의 규제 완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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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에서는 건축물의 신축·증축, 용도변경 등을 할 수 없다. 다만 개발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에 한해 심의를 거쳐 그린벨트를 해제해왔다. 하지만 원하는만큼 해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자체별로 해제 가능한 총량을 정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왔다. 예외 규정을 두기도 했지만, 비수도권에서 국가주도사업을 할 때만 적용된 탓에 큰 실효성이 없었다. 실제 광주광역시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남은 그린벨트 해제가능 총량은 8.88㎢인데, 군공항 이전과 현재 추진중인 반도체·의료특화단지, 에너지산단 확대 등 지역현안사업으로 필요한 토지 면적이 25.21㎢에 달해 최소한 16.33㎢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이같은 지역전략사업의 경우에도 해제총량 예외를 인정하는 등 해제 폭을 넓혔다. 지역전략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특화산업 육성 등 균형발전 기여도가 큰 지자체 주도 사업을 말한다. 산업단지부터 공공주택 건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지역전략사업으로 선정된 사업은 신청부터 사전협의, 중도위 심의 등을 1년 안에 완료하는 등 절차 간소화도 추진한다. 진현환 차관은 “빠르면 2025년 지역전략사업 추진에 따른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 정해져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린벨트 해제 '불가' 지역에 대한 규제도 완화한다. 그린벨트 지역에는 6개 지표를 각각 1~5등급으로 평가한 환경평가등급이 매겨져 있다. 그린벨트에서도 보전 가치가 큰 환경평가 1~2등급지는 해제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전국 그린벨트의 79.6%가 이에 속해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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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비수도권에서 국가·지역전략사업을 할때 환경평가 1~2등급지의 그린벨트 해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환경가치 보전을 위해 1~2등급지 해제면적에 해당하는 대체지를 새로 지정하는 조건이다. 지역별 특성에 맞게 환경평가 등급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금은 표고, 경사도, 식물상, 수질 등 6개 지표 중 1개만 1~2등급을 받아도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능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1~2등급지는 부정형(모양이 일정하지 않음)이고 흩어져 있어 대규모 산업단지 등을 조성할 때 어려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울산 그린벨트를 과감히 풀 수 있게 하겠다고 울산 시민에게 약속드린 바가 있다”며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지리적으로 근접한 부산(412㎢), 울산(269㎢), 창원(297㎢)권이 전체 그린벨트의 4분의1 가량(25.8%)을 차지한다. 대규모 산단 조성 요구가 큰 이들 지역을 우선으로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은 1995년 울산시와 울진군 통합되면서 도시 경계에 위치한 그린벨트가 도심으로 편입되는 문제가 있었다. 윤 대통령도 “울산이 광역시가 되고 울주와 통합한 지 이제 30년이 지났는데 도시 외각에 있어야 할 그린벨트가 통합된 도시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규제 완화로 울산에서만 최대 10조원의 직접투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전문가들은 지역현안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공공의 목적이라면 그린벨트를 풀어도 된다는 여론도 우세하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일반인(2000명)과 도시계획·환경 분야 전문가(100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일반인의 63.4%, 전문가 67%가 “공공의 목적 등에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다만 해제 범위와 수준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수도권도 일부 완화가 필요하다"(이창무 교수)는 의견과 “환경평가 1~2등급지는 국가가 보존해야 한다"(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는 주장이 있다.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는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로 이어지는 일이 많았다. 또 개발이익이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처럼 주택 건설 등 개발이익이 큰 사업을 위해 무분별하게 그린벨트 해제를 주장할 우려가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가 정부가 정한 중점·핵심산업의 육성이라는 목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그린벨트 해제 지역 인근의 부동산 투기 방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그린벨트 규제 완화와 함께 토지이용 규제의 신설 금지 방안도 내놓았다. 과도한 규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매년 토지이용 규제를 평가하고 있지만, 규제 지역이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이용 규제 지역은 2018년 312개에서 2020년 329개, 지난해 336개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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