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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집단행동' 공정위 칼 대나…1승 1패 전적, 결정적 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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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20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각 병원 전공의 대표·대의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뉴스1

2024년 2월 20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각 병원 전공의 대표·대의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전국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6400여 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 가운데 1600여 명이 근무지를 이탈(19일 오전 11시 기준)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꺼낼지 고심하고 있다.

20일 공정위는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의 협조를 받아 이번 사태를 모니터링하며 정식으로 조사에 착수할지 검토 중이다. 이와 별도로 시민단체 경실련은 전날 성명서를 내고 “불법행위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의사에 대해서는 공정위 고발 등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특히 의사들의 공정거래법상 사업자 단체로 분류되는 대한의사협회가 전공의들에게 집단행동을 부추겼는지 등을 주시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2000년·2014년 발생한 유사 사건 당시 의사협회에 현행 공정거래법 51조 1항 3호(사업자 단체는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면 안 된다)를 적용해 시정명령 등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도 해당 조항을 적용할지 저울질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2000년 사건에 대한 공정위 처분은 소송 끝에 2003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정당하다는 판단을 받았고, 김재정 전 의사협회장 등 9명의 유죄(공정거래법 위반 등) 확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14년 사건에 대한 공정위 처분은 2021년 9월 대법원에 의해 취소됐고,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 등 2명은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공정위는 의사협회를 상대로 1승 1패를 거둔 셈이다. 공정위가 이번 사건을 조사할지 신중을 기하는 배경이다.

의사 집단행동에 의사협회 강제성 띠는지가 주요 쟁점

공정위의 승패를 가른 건 의사협회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강제성’을 띠었는지다. 강제성을 인정받은 2000년 사건에서 대법원은 “의사협회가 의사대회 당일 휴업·휴진, 참석 서명, 불참자 불참사유서 징구를 결의하고 그 내용을 문서, 인터넷 홈페이지, 신문광고 등을 통해 의사들에게 통보해 대회 당일 휴업·휴진을 하도록 한 행위는 단체적 구속”이라며 “내심으로나마 휴업·휴진에 반대하는 의사들에게 자기 의사에 반해 휴업·휴진하도록 사실상 강요하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시했다.

반면 2014년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은 “의사협회가 의사들의 투표를 거쳐 휴업을 결의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은 의사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 것이어서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최근 사건에선 의사협회가 더욱 강제성 논란을 의식하는 모양새다. 지난 1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은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절대적인 의사 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의료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자,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의사들의 자율적인 행동을 억압하고 처벌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의사협회의 강제성 없이 의사들의 자율성에 의해 집단행동을 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표면적으로 의사협회보다는 사업자 단체가 아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이 전면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2000년 사건에서 강제성을 인정받은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의사협회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2014년 사건에서 현행 공정거래법 51조 1항 1호(사업자 단체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면 안 된다)도 적용했지만, 사법부는 의사협회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특성상 의료서비스 가격 인하를 유발하는 의료기관 간의 경쟁이 불가능하므로 이 사건 휴업으로 의료 서비스의 공급량이 감소해 수요가 공급량을 초과하더라도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없다”고 부정했다. 공정위 사정에 밝은 한 법조인은 “만일 공정위가 조사에 나선다면 51조 1항 1호는 제외하고 51조 1항 3호만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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