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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빈집 없애겠다”…26세 MZ세대 여성 이장의 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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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미래 목표요? 완도를 제2의 제주도로 만들고 싶어요.”

2년 전 전국 최연소 이장이 된 김유솔(26·여)씨가 20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24세 때인 2022년 1월 전남 완도군 용암마을 이장이 된 후 올해 재신임을 받았다. 마을 주민들이 만장일치로 1년 임기의 이장을 재추대한 결과다.

김씨는 주민 평균 나이가 68세인 용암마을에선 귀여운 손녀이자 민원 해결사로 통한다. 이장의 고유 업무 외에도 마을 경조사나 각종 민원을 도맡아 처리한다. 마을 어르신들은 휴대전화가 고장 나거나 컴퓨터를 사용할 일만 생겨도 김씨부터 찾곤 한다.

전남 완도군 청년공동체인 ‘완망진창’을 주도하고 있는 김유솔 이장(왼쪽에서 셋째). [사진 완망진창]

전남 완도군 청년공동체인 ‘완망진창’을 주도하고 있는 김유솔 이장(왼쪽에서 셋째). [사진 완망진창]

김씨는 서울에서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다 2019년 2월 고향인 완도로 돌아왔다. 외갓집이 있던 용암마을 인근 마을에 ‘솔진관’이라는 사진관을 연 게 시작이다.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장수 사진 촬영 봉사 등에 참여한 게 마을 어르신들의 눈에 띄었다.

3년 차 이장인 김씨가 올해 세운 목표는 도시재생이다. 지난 2년간 동료들과 해왔던 청년공동체 사업을 확장하는 형태다. 그는 이장일을 하는 틈틈이 ‘완망진창’이란 공동체를 주도해왔다. 완망진창은 완도와 엉망진창을 합친 말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완망진창은 타 지역이나 고향을 떠난 청년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2022년 1월 결성됐다. 김씨와 완도에 사는 청년 3명이 도시재생과 완도 알리기 등을 통해 지방소멸에 맞서왔다. 올해는 김민우(25)·김유진(24·여) 씨 등과 함께 ‘완도 한 달 살기’와 빈집 리모델링 사업 등을 추진한다. 앞서 읍내의 빈집 3가구를 리모델링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선 청년 3명이 완도에 정착했다.

김씨는 용암마을에서도 도시재생 사업을 해볼 계획이다. 마을에 있는 20여 채의 빈집을 철거하거나 리모델링해 청년 등에게 제공하는 게 목표다. 김씨는 “완망친창이 알려진 후 집을 구하거나 창업을 문의하는 전화가 매달 20건 이상 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향을 제2의 제주도로 가꾸기 위해선 관계인구 형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3년 안에 완도와의 관계인구 1000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관계인구는 특정 지역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잠재적인 이주·정착 가능 인구를 의미한다.

김씨는 “2년여 동안 150여 명의 관계인구가 형성된 상황”이라며 “이주 의사가 있는 분이 생기면 주거와 창업 등을 돕거나 리모델링 방식 등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완도로 돌아온 계기를 묻는 말에 “새롭게 발견한 고향 바다의 매력”이라고 답했다. 어릴 적 숱하게 접했던 바닷가 풍광이 커서 보니 제주보다 좋아 보였다는 취지였다. 그가 고향을 떠난 친구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어떤 매력적인 비전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