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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의 아내, 푸틴의 새 정적으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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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일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과 회담하는 율리아 나발나야. [EPA=연합뉴스]

19일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과 회담하는 율리아 나발나야. [EPA=연합뉴스]

옥중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47)가 반정부 투쟁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발나야가 남편의 유지를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나발나야는 19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동영상을 올려 “알렉세이는 푸틴에 의해 살해됐다”며 “나는 알렉세이가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다. 나와 함께 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16~18일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참석 중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도 연단에 올라 “알렉세이가 나였다면 무엇을 할지 생각했다. 그는 여기, 이 무대에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끔찍한 정권을 물리치기 위해 전세계가 뭉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19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외교장관회의에도 참석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저항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외신들은 잇따라 나발나야를 조명했다. 폴리티코는 ‘푸틴의 새로운 적 율리아 나발나야는 누구인가’라는 기사에서 나발나야의 동영상에 대해 “열정적인 선언이자 명백히 정치적인 선언”이라며 남편이 투옥된 후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더 루카셴코에 대항한 스비아틀라나 치카누스카야나 피살된 남편을 대신해 대통령이 된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와 나란히 세웠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나발나야는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한 뒤 은행에서 일했다. 1998년 휴가지 튀르키예에서 동갑내기 나발니를 만나 2000년 결혼해 딸과 아들을 뒀다.

나발나야는 전업주부로 지내왔으나 나발니가 반부패 운동가로 시작해 2013년 모스크바 시장선거, 2018년 대선 출마 시도 등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존재감을 키워가는 과정에 함께 했다. 2020년 8월 나발니가 독극물로 쓰러졌을때도 나발나야가 기지를 발휘해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아 회복할 수 있었다. BBC는 “나발나야는 러시아 야권의 ‘퍼스트 레이디’로 묘사돼 왔다”고 평했다.

NYT는 “여성정치인이 드문 러시아에서 나발나야는 특별한 존재”라며 “그는 남편의 죽음을 통해 얻은 광범위한 도덕적 권위 외에도 젊은 러시아인들이 추구하는 양성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겸비했다”고 했다. 러시아 석유재벌 출신 야권 활동가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나발나야에 대해 “정계입문을 결심했다면, 나는 무조건 그를 지지한다”며 나발나야가 이끄는 야권연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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