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자 주제에…" 면전서 침뱉는 진상 손님, 도쿄선 이렇게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죽어라. 바보”
통신판매 담당 직원이었던 A씨(26)는 끊임없는 손님들의 전화 폭언에 시달렸다. 2015년에 입사해 2년 만에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 휴직을 했지만 A씨는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회사 업무 일지엔 손님들에게 시달린 폭력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A씨의 사망 후 가족은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 2월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 AP=연합뉴스

지난 2월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 AP=연합뉴스

일본에서 과도한 요구와 폭언 등 '손님 갑질(Customer Harassment·카스하라)'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막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생겨날 전망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쿄(東京)도는 올해 안에 손님 갑질 금지를 명기한 조례 제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도쿄도가 올해 안에 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인데, 통과되면 일본 내 첫 조례가 된다. 조례는 직원을 보호하는 기업의 책무를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단 처벌 조항은 두지 않기로 했다. 지나친 요구, 폭언 등은 강요죄 등 형법 규정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 주제에…” 

실제로 일본에선 손님 갑질로 체포된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2월 일본 삿포로(札幌)시에서 한 남성(42)이 편의점 직원에게 화를 내다 침을 뱉은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해 11월 사가(佐賀) 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40대 남성이 50대 여성 점원에게 “무슨 짓이냐, 바보가!”라며 호통을 쳤다. 점원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가해자가 전화기를 뺏어 들기도 했다 결국 경찰이 출동해 철장 신세를 지게 됐다. 요미우리는 지하철 역사, 편의점에서 빈번한 ‘손님 갑질’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지하철 역사에 근무하는 한 여성 직원은 전철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손님들의 항의를 받아야만 했다고 신문에 털어놨다. “여자 주제에”라는 욕을 먹는 일도 빈번했다. 도쿄 신주쿠(新宿)의 한 편의점 점장은 “점원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 잘라라”는 항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2월 일본 도쿄 츠키지에 있는 한 음식점 풍경. 사진은 기사와 무관.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일본 도쿄 츠키지에 있는 한 음식점 풍경. 사진은 기사와 무관.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최대 산별노조이자 유통 서비스업 노조인 UA젠센이 2만69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2020년)에 따르면 “지난 2년 사이 ‘손님 갑질’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56.7%에 달했다. 손님들의 갑질은 폭언(39.3%), 같은 내용의 민원(클레임)을 반복(17.1%), 위협 및 협박(15%)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사과를 반복했다(44.4%)”고 호소했다.

손님들의 갑질로 인한 산업재해 인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후생노동성(2022년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고객이나 거래처의 무리한 요구나 폭언 등으로 인해 정신질환 등을 겪어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사람이 89명에 달했다. 2022년 산재 인정을 받은 6명 중 2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후생노동성은 고객 갑질 산재가 늘어나자, 아예 지난해 9월 정신장애 산재 인정 기준에 ‘고객 갑질’을 새로운 유형으로 추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