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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전공의 회장 “사직, 지도부 결정 아닌 개인적 행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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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일 대구시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사직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대구시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사직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사직 사태가 진행되는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와 내과 등 주요 과 전공의들은 19일 사직서를 낸 직후 진료현장을 떠났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는 612명. 전체 의사 중 비중이 40.2%에 달한다. 이 병원은 당장 이번 주부터 전체 수술 건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감축 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김은식 세브란스병원 전공의협의회장은 “사직은 투표나 합의에 따른 단체행동이 아니고 철저히 전공의들의 자발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의 협의 과정을 거친 결론인가.
“정부는 지도부 결정으로 단체행동이 시작되었다며 ‘의사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러나 (사직은) 지도부 결정이 아닌 철저히 전공의들의 자발적인 결정이다.”
전공의들의 현재 분위기는 어떤가.
“전공의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주 80시간 근무가 합법인 직역이다. 환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정도로 환자를 위해 노력한 게 전공의들이다. 그런 전공의들에게 ‘생명을 볼모로 협박한다’고 하거나 ‘용서하지 않겠다’는 정부 협박에 전공의들이 격분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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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분을 제일 문제 삼고 싶나.
“정부가 증원 규모 등 정책을 다 정해놓고 대화하겠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수십 차례 열린 의정협의체 회의에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 의사 입장에서는 하지도 않은 이야기에 대해 일방적으로 통보받고, 이를 무조건 따르라고 강제당한 셈이다. 이런 대화를 요구받으면 의사가 아니라 누구라도 가만히 있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주 80시간 이상 수련을 받으며 심신이 많이 피폐해졌다. 당분간 쉬면서 심신을 추스른 뒤 왜 젊은 의사들이 수련을 그만두고 대학병원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지를 널리 알리고 싶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의료계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개악책에 불과하다. 싸구려 의료 인력만이 미래에 남아 있다는 분석도 함께 알리겠다.”
같은 날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가 가운을 벗어들고 가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가 가운을 벗어들고 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여론이 부담스럽진 않나.
“의사 목소리를 국민이 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이런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의정협의체는 허울뿐이었고 정답(의대 정원 규모)은 정해져 있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이 과학적이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은 예전부터 정부에 지속해서 공개 토론을 제안해 왔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반민주적 행위다. 시간이 지나면 국민도 이런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진료 공백으로 환자가 불편을 겪지 않을까.
“역으로 묻고 싶다. 잘못된 정책으로 의료가 무너져 앞으로 환자들이 겪을 불편에 대해선 어찌 생각하나. 전공의 중에는 어떤 이유로도 환자들을 병원에 놔두고 나올 수 없다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나오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환자가 불편할 것이라는 사실에 많은 전공의가 공감했다.”
전공의들이 생각하는 필수·지역 의료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치료 수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세계 최저 수준으로 책정하는 반면, 민사소송 배상액은 재판부가 수가와 상관없이 환자의 기대수명으로 거액을 책정한다. 모순적인 민사소송 배상액에 대해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또 지역의료 수준은 수도권과 비교했을 때 떨어지지 않지만 서울만 찾는 게 현실이다. 의사와 정부가 대등한 입장에서 적절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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