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측 "이준석, 통합파기 기획...이런 정당할지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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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개혁신당 깃발 아래 뭉친 이낙연·이준석 대표의 ‘낙준 연대’가 결별 수순으로 치닫고 있다. 이낙연 대표 측에선 “이준석 대표가 통합 파기를 기획하고 있다”(김종민 의원)고 주장했고, 이준석 대표는 “격한 모습을 보이시는 건 통합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갈등은 개혁신당이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가 4·10 총선 선거운동을 지휘하는 안을 의결하면서 불거졌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선거 캠페인과 정책 결정권을 이준석 대표가 공동 정책위의장(김용남·김만흠)과 협의해 시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와 마찰을 벌인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 논란을 겨냥한 듯, 당원자격심사를 설치하는 안도 의결했다.

이준석 대표의 선거운동 전권지휘를 두고 이날 비공개회의에선 고성이 오갔다. 해당 안건이 올라오자 이낙연 대표는 “이견이 있으니 오후에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의결을 강행하면서 이낙연 대표와 김종민 의원은 반발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이 나라가 어수선하니 국보위를 만들어 국회를 해산한 거랑 뭐가 다르냐”고 반발했다.

최고위 1시간 뒤 이준석 대표는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표결을 할 때는 따라주는 게 합리적인 자세”라고 했다. 이어 “솔직히 이낙연 총리는 신중하고 완결성을 추구해 속도감이 다소 희생됐다. 이번 취지는 속도감을 살리자고 상호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석 사당화’라는 이낙연 대표 측 문제 제기에는 “새로운미래를 제외한 4개 정파가 동의한 것인데 보통 사당화는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배 전 부대표 입당 문제에는 “‘이재명은 범죄자’라고 하면서 당에 가입하는 의사와 비슷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후 김종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사당화를 하는 게 어떻게 통합이냐. 이런 정당을 할지를 고민하겠다”고 했다. 이어 오후 6시엔 재차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이준석 대표가 통합 파기를 기획해 밀어붙이고 있다”며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오늘 밤에 이낙연 대표와 숙고해서 대응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비난성 발언에 대응하지 않겠다. 민망하다”는 입장을 냈다.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양측 갈등의 본질은 공천 주도권 싸움이라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이준석 대표 측에서는 이낙연 대표의 인천 계양을 또는 광주 출마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응답이 없는 게 불만이다. 반면 이낙연 대표 측은 이준석 대표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데려와 공천 전권을 휘두르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의심한다. 양측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투톱 체제냐, 원톱 체제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내분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25일 예정된 통합전당 대회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이낙연 대표 측은 통화에서 “이미 강을 건넜다”고 했다. 앞서 이낙연 대표 측이 창당 절차를 밟아 온 ‘새로운미래’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정식 등록 공고를 받았다. 이낙연 대표는 오는 20일 오전 10시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사태에 대한 소회 및 향후 진로 등을 밝힐 예정이다.

지난 14일 양정숙 의원 합류로 선관위로부터 받은 6억 원대 경상보조금도 논란이 됐다. 김종민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통합을 깨려는 의도로 5명을 채워 보조금을 받았다면, 환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이준석 대표는 “5석 미만이 되면 기지급된 국고보조금 전액을 반납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